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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파 지고 강성파 뜨고…고용불안이 원인
8일 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005380)지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9대 임원(지부장) 선거 결선 투표 결과 안현호 후보가 차기 지부장(노조위원장)으로 당선됐다. 안 당선인은 내년 1월 1일부터 2년 동안 현대차 노조를 이끌게 된다. 안 당선인은 현장조직 중 가장 강성으로 평가받는 금속연대 출신이다. 안 당선인은 지난 1998년 정리해고 투쟁 당시 현대정공(현대모비스) 노조 지부장으로 현대차 노조와 연대 총파업을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안 당선인은 “이번 선거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와 정년을 앞둔 근속자들의 표심이 현 집행부에 대한 실망으로 돌아선 결과”라면서도 “(실적에 못미치는 보상 등) 해당 문제에 대해 사측과 충분히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아울러 이날 한국지엠 노조 지부장 선거 결선 투표를 통해 선출된 김준오 당선인 역시 강성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완성차업계 노조는 ‘강성’ 집행부가 주도하게 됐다. 오는 16~17일 1차 투표와 26~27일 2차 투표가 예정된 기아(000270) 노조 집행부 선거 역시 강성 후보가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강성 집행부의 힘이 강해지고 있는 이유로 친환경차로의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고용불안을 꼽는다. 전기차의 경우 기존 내연기관과 비교해 부품 수가 약 30%가량 적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2030년 전기차 비중이 33%에 도달할 경우 약 3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현대차 노조는 올해 초 전기차 아이오닉5 조립공정에 투입 인력 규모로 사측과 갈등을 벌인 적이 있다.
‘습관성 파업’ 전략, 전동화 성공적 안착 방해
이번에 당선된 차기 지부장들의 공약도 고용 안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안 당선인은 자동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 대책 마련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해외 공장 운영에 노조 개입을 강화하고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노조의 경영 참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지엠 노조 선거의 화두 역시 신차 배정을 통한 고용 안정이다. 1위로 결선에 오른 김 당선인은 조합 내 ‘글로벌전략실’을 마련한 뒤 제너럴모터스(GM)의 정책·동향을 분석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통해 전기차 생산 배정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업계는 산업 전환기 잦은 노사갈등은 결국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강성 집행부들의 습관성 파업 전략은 전동화의 성공적 안착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강성 집행부가 노조를 이끈 지난 20년간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는 줄곧 노사분규에 시달려왔다. 업체별로 △현대차 16개년 △기아 19개년 △한국지엠 11개년 △쌍용자동차(003620) 9개년 △르노삼성자동차 5개년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로 사업이 전환되면서 고용불안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노조가 이를 빌미로 회사의 발목을 잡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사업 전환이 성공해야 일자리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노사 협력은 필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