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제공권 장악 못한 러 공군력 '미스터리'[궁즉답]

①전투기 운용 가능 정밀유도무기 부족 가능성
②지상군 요격미사일과 연계 운용능력 부족 의혹
③전투임무 조종사 숙련도 문제 가능성도
④전방위 공습은 민간인 학살 야기, NATO 개입 빌미
  • 등록 2022-03-03 오후 3:09:29

    수정 2022-03-03 오후 3:09:29

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Q: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격렬한 저항에 밀려 아직도 주요 도시를 점령하지 못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보통 전쟁에선 개전 초기 대규모 공군력을 동원해 공습을 한 후 지상작전을 전개하는데,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 양상이 다릅니다. 러시아가 대규모 공군력을 동원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A: 뉴욕타임즈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을 비롯해 서방 주요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전쟁 개시와 동시에 대규모 공군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영공을 장악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여전히 항공우주군(VKS)을 동원하는 데 있어 신중한 모양새입니다. 러시아는 현재 75대 정도만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러시아가 전투기 보유 수와 장비 등에서 우크라이나 보다 훨씬 우위에 있음에도 전장 투입을 자제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세 가지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하르키우 도로에 놓인 러시아 로켓 파편 (사진=뉴시스)
러시아 공군, 정밀타격 할 무기 부족?

첫째는 러시아 항공우주군이 운용하는 정밀유도무기(PGM)가 부족할 수 있다는 추측입니다. 현대전은 민간의 희생을 최소화 하면서 적 지휘부와 주요 군사시설 등을 무력화 해 상대방의 전쟁 수행 의지를 꺽는 ‘최단 시간 내 최소 희생’이 특징입니다. 이를 위해선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한 대량 폭격은 부적절합니다. 공격대상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력과 ‘외과수술식 공격’을 가능케 하는 정밀유도무기가 현대전의 핵심이라는 얘기입니다.

정밀유도무기는 1990년 걸프전을 ‘도로에서만 치러진 전쟁’으로 만들었습니다. 당시 미 공군 전투기와 미 해군 항공모함 함재기에서 발사된 정밀유도무기는 전투지역으로 이동하던 이라크 군 전차와 장갑차량 등을 타격했습니다. 이에 더해 이라크 군 지휘시설만을 정밀 타격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극적인 효과를 거뒀습니다.

CNN에 따르면 개전 당시 러시아의 공군 병력은 16만5000명, 우크라이나는 3만5000명 수준으로 러시아의 전력이 5배 이상 강력합니다. 그런데 러시아 항공우주군은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주로 무유도 폭탄과 로켓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개전 초 순항미사일 공격과 항공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의 민간 및 군 공항이 타격을 입긴 했지만, 제한된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공군과 방공전력은 붕괴되지 않고 여전히 건재합니다. 우크라이나 공군 전투기가 지속적으로 저강도 공중 방어와 지상 공격을 수행하고 있고 지대공 미사일은 러시아 전투기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가 터키로부터 구입한 무인기 TB2 바이락타르의 활약으로 러시아 군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TB2로 러시아의 지대공 미사일 5개 포대를 격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가 제공권 장악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부차의 한 마을 도로에 러시아군 차량 잔해가 널려있다. (사진=뉴시스)
영국의 싱크탱크인 왕립국방안전보장연구소(RUSI)는 최근 ‘자취를 감춘 러시아 공군에 대한 의구심’ 제하의 논평에서 “러시아 항공우주군이 사용할 수 있는 정밀유도무기가 부족할 수 있다”면서 “앞서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서 정부군을 지원할 때도 수호이(SU)-34만 정밀유도무기를 사용하고 다른 전투기들은 무유도 폭탄과 로켓을 사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RUSI는 러시아가 지상 목표물을 감시·추적하는 ‘표적식별장비’(Targeting Pods)’도 부족해 공중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게다가 러시아 군은 주요 공습 타깃에 표시를 해뒀는데,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이를 흙으로 덮거나 지워 효과적인 공습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국 요격미사일에 아군 전투기 격추 가능성

두 번째는 러시아 자국의 지대공 요격 미사일(SAM)과 전투 임무기 간 안전한 공조의 어려움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러시아 지상군이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 요격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제공권 확보를 위해 전투기를 대거 전장에 투입할 경우 피아 식별이 어려워 아군 전투기도 격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RUSI는 “1990년 이후 발생했던 여러 교전에서 러시아를 비롯한 서구권 국가의 지대공 미사일로 인한 아군 피해는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러시아 항공우주군 소속 조종사들의 부족한 비행시간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러시아 항공우주군 전체의 연평균 비행시간은 100~120시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투기가 일반적으로 헬리콥터나 수송기 보다 비행시간이 더 짧다는 것을 고려하면 전투기 비행시간은 100시간이 안 될 것이라고 RUSI는 분석했습니다.

RUSI는 “영국과 미국 공군의 연평균 비행시간은 180~240시간”이라면서 “100시간도 안되는 훈련시간으로는 우크라이나의 복잡한 교전 환경에서 전투기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반키우에서 포착된 러시아군 차량 행렬 (사진=뉴시스)
이밖에도 러시아가 대규모 공군력을 동원하지 않는 이유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개입 가능성입니다. 러시아의 공군력을 감안하면 개전 초 우크라이나 공군과 방공망을 파괴한 뒤 1~4일 만에 수도 키예프를 함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영공을 지배하기 위해 방대한 공군력을 동원한다면 미국과 유럽 국가 군대의 개입의 빌미를 제공하게 됩니다.

군 관계자는 “러시아가 제공권 장악에 실패했다는 지적에도 대규모 공군력을 동원하지 않는 이유는 전방위적 공습은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동반하기 때문에 인권을 명분으로 NATO 군이 전쟁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러시아는 첨단기술을 통해 피해를 줄이고 정밀하게 할 수 있는 전쟁을 하지 않고, 가장 희생자가 많고 소모가 많은 재래식 전쟁을 하고 있다”면서 “정밀 타격 유도미사일로 할 수 있는 것을 직속탄이나 확산탄 등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현대전의 상식을 따르지 않음으로써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군보다는 이라크군을 닮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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