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대구(삼성) 창조경제혁신센터(창조센터)를 방문한 후 국제섬유박람회, 스포츠 문화·산업보고대회 등을 둘러보는 ‘광폭 경제행보’를 폈다. 이후 안동으로 자리를 옮겨 경북도청 신청사 개청식에도 참석, 모두 4개의 행사에 얼굴을 내밀었다.
총선을 불과 34일 앞두고 박 대통령이 TK지역을 찾자 지역 정가는 크게 술렁였다. 이른바 ‘비박(비 박근혜)계 살생부’와 연이어 터진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으로 새누리당 내 공천 갈등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비화하는 상황인 만큼 ‘진박(眞朴·진실한 박근혜)계 지원사격’용이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첫 방문지는 대구 동구에 있는 창조센터. 동갑은 진박 정종섭 전 행정차지부 장관이 현역인 류성걸 의원에게, 동을은 진박 이재만 전 구청장이 유승민 의원에게 각각 도전장을 내민 곳이다. 두 번째로 들른 섬유박람회장이 위치한 곳은 북구갑으로 진박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과 현역 권은희 의원이 맞붙는 곳이다. 이들 현역의원 모두 유승민 의원과 친분이 두텁다는 점에서 ‘유승민 저격용’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실제 새누리당 컷오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됐다.
비박 성향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 입장에선 ‘배신의 정치’로 몰아붙였던 만큼 유 의원과 그 측근들이 살아 돌아올 경우 향후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인사도 “대통령이 ‘유승민이 아닌 나를 택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격”이라고 했다.
세 번째 방문지인 대구 육상진흥센터가 있는 수성갑도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를 압도하는 곳이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의 동선이 진박 후보나 열세 지역에 집중된 셈이 됐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건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한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취임 3주년을 맞아 대전 창조센터를 방문했고, 오늘 자리는 그 후속 행보의 하나”라며 “박 대통령도 지난 8일 수석비서관회의 때 창조센터를 자주 찾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친박의 한 관계자도 “TK행은 오히려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선 역풍을 불 수 있는 자충수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경제 행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더민주의 ‘경제 심판론’을 견제하기 위한 맞대응 행보로 해석하기도 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한때 경제교사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의 뼈대를 설계한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우습게 보면 큰코다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며 “김 대표의 전략전술을 의식한 것 같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