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담장에 '일왕 연호'…"日 관광객만 아는 인증샷 장소"

[2021국감]
종묘 담장 '일왕 연호', 목포 '근대역사관' 등
일제강점기 잔재, 안내판없이 전통문화재로
정청래 의원 "역사적 사실 담은 안내 필요해,
훼손문화재 유지 어떤 교훈 남길지 고민해야"
  • 등록 2021-10-05 오후 4:07:29

    수정 2021-10-05 오후 5:13:13

‘소화 팔년 삼월 개축’.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국가사당인 종묘의 외곽 담장에 새겨진 ‘일왕 연호’ 각자석 중 하나. 종묘 외곽길인 서순라길을 따라 일본 왕(히로히토)의 연호인 ‘쇼와’를 새긴 각자석은 총 9개가 있다. 2019년 8월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종묘 외곽 담장 기초현황 자료조사’ 보고서를 발간하는 과정에서 ‘쇼와 돌담’의 존재가 드러났으나 지금껏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국가사당인 종묘(사적 제125호)의 외곽 담장에 일제강점기 잔재가 남아 있다. ‘소화 팔년 삼월 개축’(昭和八年三月改築)이 선명한 ‘일왕 연호’다. 실제로 종묘 외곽길인 서순라길을 따라가다 보면 일본 왕(히로히토)의 연호인 ‘쇼와’를 새긴 각자석을 1개도 아니고 9개나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그 배경을 설명하는 흔한 안내판조차 제대로 없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청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5일 문화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일왕의 연호를 딴 ‘소화 팔년 삼월 개축’이라고 새긴 돌이 종묘 담장에 그대로 남아 있다”면서 “일본 관광객들이 찾아와 막 사진 찍고 난리가 나는데,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표시조차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묘는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봉안한 사당. 조선 왕조의 뿌리이자 유교적 정통성의 상징이다. 그곳에 새겨진 ‘쇼와 돌담’의 존재가 최근 알려진 건 아니다. 2019년 8월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종묘 외곽 담장 기초현황 자료조사’ 보고서를 발간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는데. 당시 보고서는 “1933년(소화 8년) 율곡로를 개발하던 중 창덕궁과 연결된 담장을 허물고 개축할 때 일왕 연호를 새긴 듯하다”고 추정했다. 일제가 민족말살의 일환으로 창덕궁과 종묘를 가로지르는 율곡로를 뚫어 담장 공사를 하고, 일왕의 연호를 따 ‘쇼와 8년 3월 개축’이라 각인했던 것이다.

이에 문화재청은 실태조사와 더불어 “확인한 사항을 알리기 위한 안내판을 추가로 설치하고, 해설사 안내 지침서를 수정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이번 감사에서 확인됐다.

정 의원에 따르면 “단 2개의 담벼락에만 한글로 간단히 표시된 안내판이 있을 뿐 역사적 사실 등을 담은 안내는 전혀 없고, 나머지 7개의 담벼락은 그마저도 없이 일본 관광객들의 인증샷 촬영 장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정 의원은 목포 근대역사관 등 일제강점기 일본에 의해 훼손되거나, 활용된 문화재에 대해 역사적 사실과 반성이 담긴 안내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사적’으로 지정된 ‘목포 근대역사관 1관’ 역시 식민통치의 핵심 기관인 옛 일본영사관이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드라마 촬영지로 관광객들이 즐겨 찾고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외세에 의해 훼손되거나 변형된 문화재를 원형으로 복원하는 일이 어렵거나 현재 그대로 유지하는 게 더 의미가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면 그 변형에 대해 어떻게 알리고 교훈으로 남길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깊은 역사의 아픔을 새기되 바르고 정확한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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