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연구원은 18일 ‘도요타 사례로 본 미래 반도체 공급난 대응 방향’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공급은 수요예측 실패·마이크로컨트롤러(MCU) 부족으로 인한 1차 공급난 이후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동남아시아에 코로나19 확산으로 2차 공급난이 발생하며 충격 심화했다.
특히 반도체 후공정이 집중된 말레이시아는 지난 6월 첫 전국 봉쇄령 이후 공장 셧다운(폐쇄)을 반복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전 세계 반도체 패키징 테스트 공정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베트남·태국에서도 잇단 반도체 생산 공장 셧다운으로 글로벌 공급망 마비된 상황이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잇단 생산 공장 셧다운이 발생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펠 공장과 오스트리아 공장 연말까지 셧다운할 예정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북미·멕시코 7개 공장과 올해 북미지역 20만대 감산 조치에 나선 상태다. 현대자동차(005380) 역시 지난 8~10월 미국 앨라배마·울산·아산 공장에 대해 간헐적 가동 중단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도요타의 이런 노력에도 차량용 반도체 2차 공급난을 피할 수 없었다. 도요타는 지난 9월 생산량의 40% 수준인 40만대를 감산한 데 이어 이달 중 일본 14개 공장 셧다운 계획하고 있다. 토요타는 선제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와 동남아 집중 산업 구조로 2차 공급난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장홍창 한자연 연구전략본부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기업을 육성해 국내에서 통제가능·안정적 여건 조성으로 기업과 직접적인 협력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위기대응을 우선순위로 지정학 요소를 반영한 공급망 재편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車 반도체 내재화 선언
현대자동차(005380)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문제가 장기화하자 자체 개발에 나설 것으로 전해진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 권역 본부장(사장)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국 기자간담회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그룹에서 자체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반도체 공급 문제가 또다시 말레이시아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재차 불거지자 외부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무뇨스 사장은 “(반도체 자체 개발은) 엄청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만 우리가 추진해야만 하는 일”이라며 “현대모비스가 반도체 자체 개발의 중심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밑그림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반도차 내재화를 선언했지만 다소 많은 시간이 소요될 작업”이라며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전동화와 자율주행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완성차업체의 내재화 작업은 필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