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닫고 몸 숙인 日…韓 브랜드는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유니클로·ABC마트, 연중 최대 세일에도 홍보 자제
탑텐, '광복절 티셔츠' 출시하며 애국심 마케팅 나서
'무인양품 경쟁' 자주, 사상 최대 할인폭 '시즌 오프 세일'
  • 등록 2019-07-24 오후 2:23:16

    수정 2019-07-24 오후 2:23:16

유니클로 홈페이지 최상단에 최근 진행 중인 세일 안내 대신 ‘한국 소비자 무시’ 논란이 일었던 일본 본사 임원의 발언에 대한 사과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유니클로 홈페이지 캡처)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한·일 양국간 무역 분쟁이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일본 브랜드들이 바짝 몸을 숙이는 모양새다.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각종 세일에 대해서도 홍보를 자제하는 상황이다. 일본에 대한 국민정서가 좋지 않은 시기에 자칫 잘못 나섰다가 미운털이 박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반면, 토종 브랜드들은 이 시기를 노려 소비자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애국심 마케팅이나 할인 행사 등을 펼치면서 ‘일본 불매 운동’의 반사이익을 극대화 하고 있다.

24일 의류업계 등에 따르면 대표적인 일본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유니클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불거진 후 최근 2주 사이 매출이 25% 이상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니클로는 불매운동에 더해 일본 본사 임원의 ‘한국 소비자 무시 발언’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불매운동의 핵심 표적이 됐다.

지난 11일 일본에서 열린 유니클로의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결산 설명회에서 오카자키 다케시 최고재무책임자가 “(불매운동이)매출에 영향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 영향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선 “한국 소비자를 무시한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유니클로 측은 이에 대해 “불매운동의 영향이 오래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며 “부족한 표현으로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많은 분들을 불쾌하게 했다”는 내용으로 두 차례에 걸쳐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처럼 반일 정서가 극에 달하면서 유니클로는 최근 제품과 행사 홍보 등을 자제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불매운동 전까지 언론사를 상대로 최소 일주일에 1건 이상 보도자료를 배포해 왔다. 지난 2일 이후 사과문을 제외하면 어떤 보도자료도 배포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6월 말부터 일부 상품을 대상으로 여름 세일을 진행 중이지만, 이에 대해서도 매장 내 배너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만 소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현재 유니클로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메시지는 지난 22일 발표한 사과문이다.

탑텐 ‘광복절 티셔츠’.(사진=신성통상)
일본 신발 편집매장 브랜드인 ABC마트 역시 상황은 같다. 현재 ABC마트는 여름을 맞아 연중 최대 규모 세일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ABC마트 홈페이지에 들어가기 전까진 이와 같은 사실을 인지하기 힘들다. ABC마트 또한 지난달 28일 이후 어떠한 보도자료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브랜드와 달리 국내 토종 브랜드들은 일본 브랜드에 등 돌린 소비자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다.

신성통상(005390)이 운영하는 SPA 브랜드 탑텐은 올해 들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을 위한 ‘리멤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5일 ‘광복절 티셔츠’를 선보였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은 지난 2012년 브랜드 론칭 당시부터 유니클로를 겨냥해 “한국 시장에 파고드는 일본 SPA 브랜드를 견제하기 위해 그에 못지않은 소재 개발과 아이템으로 경쟁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탑텐 측은 이번 광복절 티셔츠를 선보이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SPA브랜드로써 최근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열기에 동참하고, 나아가 한국 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이 운영하는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는 최대 80%라는 유례없는 할인 폭을 적용한 ‘상반기 시즌오프(계절마감) 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자주는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의 경쟁 브랜드로 꼽힌다.

이번 행사에서 자주는 생활, 아동, 의류 등 카테고리 내 인기 제품 700여종을 대상으로 할인을 진행한다. 특히, 선풍기나 여름 침구류 등 급격하게 더워진 날씨에 유용한 품목들을 30~80%까지 할인하고 있다.

오비맥주도 오는 8월 31일까지 ‘카스’와 ‘필굿’의 특별할인 판매를 진행한다. 카스 맥주의 출고가는 유형별로 4~16%, 필굿은 500㎖ 캔 기준 41%까지 낮춰 도매상에 공급한다. 이는 2000년대 맥주 성수기 이후 오비맥주가 진행한 가장 할인 폭이 큰 행사다.

오비맥주 측은 주류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에 따른 판촉비 절감 효과를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한편, 국산맥주 판매 장려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 이전에도 국산 브랜드들이 일본 브랜드들에 비해 결코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이 뒤지지 않았다”며 “이번 기회를 노려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를 제고하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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