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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강간살인범도 잡아내는 DNA…장기미제 수사 ‘활기’

DNA법 10년…DNA 일치로 6221건 수사재개
범행현장 증거·피의자 DNA 교차 검색해 확인
범죄 수사·예방 위해 DNA 데이터 구축 중요
  • 등록 2021-07-29 오후 4:13:57

    수정 2021-07-29 오후 9:27:12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1997년 7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골프연습장 야외 주차장에서 당시 20세 여성이 강간을 당하고 두개골 골절과 뇌 괴사 등으로 사망했다. 장기간 수사에도 피의자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 지난해 미제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DNA 상호 검색을 통해 2003년 1월 취객 ‘퍽치기’ 범행으로 2명을 살해한 무기수와 당시 강간·살인사건 범인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22년 만인 작년 11월 피의자를 기소했다.

2001년 8월 당시 29세인 한 여성은 광주광역시 북구에 있는 집에 침입한 괴한에게 젓가락으로 위협받고 성폭행당했다. 이 역시 도주한 피의자를 찾을 수 없어 미제사건이 됐다. 경찰은 피해자 질액에서 검출된 남성 DNA가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DNA와 일치함을 확인, 작년 7월에 특수강도강간 사건 발생 19년 만에 범인을 체포했다. 피의자는 “오래 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지만, 유전자가 나왔으니 인정한다”고 범행을 자백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영구 미제로 묻힐 뻔한 이러한 사건들이 수십 년 뒤에 밝혀질 수 있었던 것은 2010년 시행된 ‘DNA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 덕분이다. DNA법이 올해로 시행 10년을 맞은 가운데 과학 분석 기법이 발달하면서 장기 미제사건의 실마리를 푸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전범죄’ 이춘재도 잡아낸 DNA 수사

29일 대검찰청 ‘DNA 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 연례 운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DNA 일치로 수사를 재개한 미제사건은 총 6221건으로 집계됐다. 작년에도 DNA 확인을 통해 195건의 미제사건 수사를 시작했다.

DNA를 통해 해결한 미제사건 유형을 보면 △절도(4025건)가 가장 많았고 △성폭력(996건) △마약(351건) △강도(262건) △폭력(132건) 순이었다. 실제 경찰은 작년 9월에 야간침입 절도로 구속된 피의자의 DNA를 채취했는데 7년 전 상점과 음식점에 침입해 현금을 훔친 5건의 연쇄절도 현장에 남겨진 특정 DNA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해 미제사건을 해결하기도 했다.

DNA가 미제사건 해결의 열쇠가 되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수형인 등 DNA DB를 활용해 일치자(2385건)를 대상으로 수사를 재개한 결과 징역·집행유예·벌금 등 형 확정은 1047건, 불기소처분 857건, 소년부송치 40건 등이었다. 수사 재개 후 형이 확정된 비중(43.9%)을 고려하면 미제사건 10건 중 4건은 DNA 증거물의 효과를 본 셈이다.

실제 미제사건의 대표 격인 ‘이춘재(화성)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이춘재도 수형인 DNA DB를 통해 잡아낸 케이스다. 경찰은 지난 2019년 화성연쇄살인 9차사건(1990년) 피해여성의 속옷에서 검출된 용의자 DNA를 수형인 DNA DB와 대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94년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인한 뒤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이춘재의 DNA와 화성사건 용의자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대조할 DNA 있어야 신원 파악 가능

그러나 범행 현장에서 증거물로 피의자 DNA를 확보해도 이를 대조할 DNA가 없으면 신원 파악이 어렵다. DNA법 덕분에 범죄자 DNA DB를 구축, 대검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산시스템을 실시간으로 교차 검색해 미제사건을 해결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과학수사담당관은 “우리나라는 2010년 7월 26일 DNA법 시행과 함께 DNA DB를 관리·운영하고 있으며 그간 축적된 자료를 통해 영구 미제 살인사건 등 사건 해결에 다수의 결정적 기여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DNA 분석 기법을 통한 과학수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DNA DB 구축이 중요하다. 미제사건 해결을 비롯해 신속하게 범인을 특정해 검거하고, 사건과 무관한 용의자는 배제해 인권을 보호하는 등의 역할도 하고 있어서다. 지난 10년간 DNA 시료 채취는 27만3574명, DNA DB에 등록된 범죄자는 25만4719명, 범죄현장 등에서 확보한 DNA는 13만9311건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DNA DB 확대가 범죄수사와 예방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성진 DNA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 관리위원회 위원장은 “10살이 넘은 DNA DB는 부작용 없이 범인을 찾아 교화해 안정적인 사람으로 사회에 복귀시켜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한다”며 “인구수 대비 범죄자 DNA DB의 수록 건수가 미국은 5%에 달하지만 우리는 0.5%에 불과해 이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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