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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휴직자에 내 이름도?"…두산 자구안 난맥상에 직원들 '한숨'

[마켓인]두산重 사원·대리급 휴직자 포함
연말까지 급여 70% 받지만 사실상 작별
공지 두줄로 휴직인원 선정 현실에 울분
'웃돈' 이견에 두산솔루스 매각전도 난항
"회사 책임감 갖고 자구안 이행 노력해야"
  • 등록 2020-06-04 오후 4:25:03

    수정 2020-06-05 오전 7:51:36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싸늘하다…”

두산중공업(034020)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A씨는 학창시절 봤던 영화 ‘타짜’에 나온 고니(조승우)의 대사를 요즘 자주 떠올린다고 했다. 지난달 중순 회사에서 공지한 휴직자 명단이 뜨고 난 뒤 가뜩이나 고요해진 분위기가 더 얼어붙은 영향이다.

회사 측이 ‘저성과자’로 분류한 수 백명의 휴업 대상자에는 상대적으로 연차가 낮은 사원·대리급도 포함됐다. ‘잘 지내보자’며 연수를 같이 받았던 입사 동기들도 눈에 띄었다.

올해 연말까지 70%의 월급을 받는 휴직 대상이라지만 사실상 회사를 떠나는 수순이었다. 몇몇 휴직 대상자들은 아예 명예퇴직을 신청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연초부터 헤아리면 1000명 넘는 직원들이 책상을 뺐다.

서울 중구에 자리한 두산타워 전경(사진=연합뉴스)
불안한 마음에 자주 찾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연내 두산중공업 직원 2000명을 내보낼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주변에서는 ‘가능성이 아예 없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연일 언론에서 쏟아내는 회사의 경영난(亂)이 피부로 와 닿은 순간이었다. ‘꼰대’(구태의연한 사고 방식을 강요하는 사람)가 없진 않았지만 무난했던 회사 분위기가 올 들어 몰라보게 조용해졌다. 주변 동료는 “숨만 쉬고 살고 있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더 답답한 사실은 아무런 언질 없이 휴직자 명단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회사가 올린 공지 두 줄에 회사를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이 때문일까. A씨는 전에 없던 속쓰림이 생겨 약을 챙겨 먹고 있다. ‘소화가 안 된다’며 식사량을 줄인 동료들도 부지기수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으로부터 총 3조60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은 두산중공업 직원들의 최근 분위기다. 채권단 자금 지원에 따른 자산 유동화는 물론 임직원 감축이 속도를 내면서 남아 있는 직원들의 우려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경영 정상화에 한시가 급하지만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두산그룹이 자산 유동화를 위해 첫 매물로 내놓은 두산솔루스(336370) 매각전이 예상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시작한 두산솔루스 예비입찰에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대기업군과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입찰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첫 날부터 입찰할 필요가 있느냐, 막판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반론도 나오지만 두산 측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솔루스의 성장세를 인정하지만 매각가가 너무 비싸다는 게 중론이다. 원매자들과 두산그룹 측 격차는 최소 2000억~3000억 가까이 벌어진 상황이다. 두산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던 계열사인 만큼 ‘성장성을 감안해 프리미엄(웃돈)을 받겠다’는 전략에 발목이 잡혔다는 관측이다.

서울 중구에 자리한 두산타워 (사진=연합뉴스)
두산솔루스에 앞서 지난주 진행한 두산모트롤BG의 예비입찰도 기대보다 참여가 저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 측에서는 5000억원 안팎을 기대하고 있지만 원매자들은 이보다 1000억원 가량 낮게 평가하고 있다. 흥행을 점치던 계열사 매각전이 난항에 부딪치자 급기야 두산밥캣(241560)마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회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가세가 기운 집안에서 파는 물건을 웃돈을 쳐서 받으려 하는 게 문제다”는 날선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매각을 진행 중인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는 차입금(약4000억원)이 많아 건물을 팔아도 손에 쥘 현금이 2000억원에 불과하다. ‘회사 재산에 잡힌 담보가 많아 알짜로 팔 매물도 많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직원들이 회사에 바라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현재 직면한 경영난을 통감하고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이해를 구하는 것, 묵묵부답이나 고집을 배제하고 현명한 자산 유동화 과정에 속도를 내달라는 것 등이다.

A씨는 “회사가 위기인 상황을 인지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며 “막무가내 파이어세일(급매)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산 유동화 작업에 현명하게 대처해 남아 있는 직원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회사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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