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청장은 새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과학 방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코로나 팬데믹 이후 2년 넘게 이어진 정치 방역 논란을 불식시켜야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메르스 사태 때 활약…코로나 초기 “외국인 막아라” 쓴소리
백 청장은 서울 출신으로 1987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감염분과 전임의 등을 거쳤다. 1994년부터는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로 근무하며 감염관리실장과 감염내과장 등을 역임했고, 2007년부터는 성균관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백 청장은 학회와 대학, 병원 등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엔 삼성서울병원에서 관련 대응을 주도했고 새로운 변이바이러스 등장에 따른 방역 완화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2019년 12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역임했고, 학회 상설위원회인 간행위원회 위원직을 맡기도 했다.
백 청장과 감염학회 활동을 함께한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 청장은 상당히 합리적이고 똑똑한 분이며 과학적인 방역 체계를 확립하는데 있어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5년 메르스 유행 당시 삼성병원이 감염병 해결에 실질적인 노력을 했다”며 “백 청장이 그 중심에서 어려운 일을 맡아 깔끔하게 완수했다”고 전했다. 당시 김 교수는 국무총리특보 겸 메르스 즉각대응팀장이었고, 백 청장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로 손발을 맞췄다.
백 청장은 취임 이후 안철수 위원장과 인수위 시절 구상한 과학 방역 추진에 역점을 둘 전망이다. 이에 질병청 국립감염병연구소는 전국 17개 시·도 만 5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분기별 1만명 씩 대규모 항체조사에 들어간다. 첫 조사는 이달 착수해 표본설계 등 준비과정을 거쳐 다음달 초부터 검체 채취 및 분석이 진행된다. 결과는 6월말~7월초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원이 가정 방문을 통해 채혈을 하고, 항체검사를 통해 코로나19 감염 유무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올 가을·겨울로 예상되는 코로나 재유행에 대비한 의료시스템 정비도 주요 과제다.
백 청장은 그동안 의료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위한 데이터 정보망인 ‘국가위기대응의료정보망(가칭)’ 구축을 제안해왔다. 이를 통해 임상자원 현황을 파악해 발생 환자수를 예측하고 유행 규모별 지자체, 의료기관 대응 시나리오도 치밀하게 준비하게 된다. 또 이 정보망은 각 병원의 입원 환자와 중환자 수, 가용 음압병상·중환자병상, 인력 현황, 의료장비, 개인보호구 재고 등을 포함하게 된다.
‘과학 방역’으로 ‘정치 방역’ 논란 넘어설까
방역 사령탑으로서 정책 결정 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정치 방역’ 논란도 백 청장이 해결해야할 숙제다.
임기를 마무리하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비례대표)로부터 “지난 2년간 코로나 정치 방역을 했냐”는 질의를 받았다. 정 청장은 이에 대해 “과학 방역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백신이나 치료제 등은 임상시험을 거쳐 근거를 갖고 정책을 추진하고, 거리두기나 사회적 정책들은 사회적 합의나 정치적인 판단이 들어가는 정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걸(과학방역과 정치방역을) 구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의견을 밝혔다.
백 청장에겐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오는 20일 포스트 오미크론 체계 ‘안정기’ 돌입 여부 결정이 논란의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이날 정부는 지방선거에서 격리자는 일반인과 시간을 분리해 별도 투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안정기 전환이 결정되면 확진자는 7일 격리 의무가 해제돼 일반인과 뒤섞여 투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