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의 희생양 된 풍산개…'토리아빠'끼리 왜 이래[기자수첩]

전·현 정권, 풍산개 관리 법적 규정 두고 공방
생명체 풍산개, 태양광 사업 같은 정책 취급
北 위협 속 한반도 평화 상징물 활용 안돼 아쉬워
  • 등록 2022-11-08 오후 4:30:25

    수정 2022-11-08 오후 9:27:58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호랑이를 잡는 개로 유명할 정도로 용맹한 ‘풍산개’의 처지가 초라하다. 반려견 ‘토리’를 키우며 ‘토리아빠’를 자처하는 전·현직 대통령이 풍산개 3마리의 사육비를 놓고 다투고 있어서다. 논란의 풍산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선물로 건넨 것이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반려견 곰이가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사진=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양측 공방의 중심에는 ‘법적 규정’이 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시행령과 규정 미비로 사육비를 지원받지 못하고 있어 더는 풍산개를 돌볼 수 없다고 한다. 또 윤석열 대통령 측이 사전협의와 달리 시행령 개정을 미루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반박했다.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은 ‘사실상 파양’이라는 취지의 말을 해 감정싸움으로 비화했다. 여기에 여야도 참전하면서 정쟁으로 확산됐다.

풍산개가 국가기록물인 탓에 책임소재를 분명히 따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향후 법적 시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쟁의 시작점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통상의 신·구 권력의 갈등과는 속성이 다르다. 탈원전이나 태양광 사업 같은 정책을 뒤집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감정 싸움이다. 국가 최고권력자들이 이런 싸움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더욱 풍산개의 활용방식이 안타까운 것은 현 안보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북한의 위협이 날로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심지어 북한은 분단 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전략자산을 들여오겠다고 한다. ‘강대강’ 대치 국면이다.

이같은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김 위원장의 선물인 풍산개를 남북한 평화의 상징으로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구 권력이 소통하면서 풍산개를 국익을 위해 활용했다면 오히려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풍산개는 잘못이 없다. 잘못은 소통과 협력 없이 정쟁만 일삼는 권력자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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