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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2시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최악의 바이오사이드(화학물질에 의한 대량 살상) 참사가 벌어진 나라에서 화학물질 규제를 강화해도 시원찮을 판에 완화를 논할 때인가”라고 지적했다.
“화학물질 규제, 국민 생명과 안전 위해 반드시 필요”
가습기넷은 기업들이 경제 논리를 앞세워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가습기넷 관계자는 “기업과 정부 일각에서 일본의 보복성 수출 제한 조치에 따른 반도체 소재·부품 국산화 요구를 핑계 삼아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규제마저 사라진다면 또 다른 참사가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안전 관련 기업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애경산업의 ‘홈크리닉 가습기 메이트’ 피해자의 한 가족은 이날 “애경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 (회사 측에서) 어떠한 사과나 보상도 받지 못했다”며 “증거인멸과 과실치사로 재판 중인 애경을 처벌해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전신질환 인정·피해단계 다시 구성하라”
가습기넷은 SK케미칼(285130)이 세계 최초의 바이오사이드를 일으켰다며 피해자 전신질환을 인정하고 판정기준을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 가습기살균제로 유례없는 질병이 일어난 만큼 몸의 어느 부분에서 질병이 발생하는지 의학계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피해자는 “현재 환경부가 나눈 피해자 등급은 의미가 없다”며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화학물질이 인체에 들어와 폐기능은 점점 떨어지고 오늘은 걷던 사람이 내일은 앉아만 있고 앉아있던 사람은 눕게 된다. 그 뒤에는 눈을 감게 된다”고 말했다.
추준영씨는 “현재 열 세살인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가습기살균제를 썼고 한 살 때 폐가 터졌다”며 “10초마다 한 번씩 재채기를 해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가는 게 일상인데도 폐질환 4단계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추씨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데도 방치된 모순점을 바로잡고자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유해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의 홍지호 전 대표는 법정에서 과실 책임을 부인했다. SK케미칼은 2002년 애경산업과 ‘홈크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했다.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