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까지 길게는 한 달 이상"…'자연재해'에 멈춰선 반도체 공장

한파·지진에 세계 곳곳 반도체 공장 가동중단
"재가동 시 단위공정 성능 하나하나 체크해야"
"점검 인력 따라 최소 수일 내, 길면 1달 이상"
반도체 품귀현상 심화에 가격 상승 전망
  • 등록 2021-02-19 오후 4:12:06

    수정 2021-02-19 오후 4:12:06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공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반도체 업계가 지진과 한파 등 ‘자연재해’라는 장애물까지 만나게 됐다. 가뜩이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계 곳곳의 반도체 공장이 멈춰 서면서 ‘반도체 대란’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양산 능력 회복까지 길게는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가동 시 기존 공정 수준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는데, 이 여부를 점검하고 정비하는 시간이 적잖게 걸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사진=오스틴 스테이츠먼)
“최대 수개월 차질도 가능”…재가동, 기술 인력에 달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을 덮친 한파로 오스틴시 소유의 전력회사인 오스틴 에너지는 지역 대기업들의 공장 가동을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이곳에는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NXP, 인피니온 등 반도체 업체 공장들이 위치해 있다. 갑작스러운 정전은 아닌 탓에 소재·장비에 피해가 가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가동중단에 따른 생산 차질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공장당 최소 수백억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지난 16일(현지 시간) 오후 4시부터 가동을 멈춘 상태다. 삼성의 오스틴 공장 가동이 중단된 것은 1998년 설립 후 처음있는 일이다. 오스틴 에너지는 전력 공급 중단 기간을 3일로 통보했지만 재가동을 위한 라인 정비 등을 고려하면 공장 중단 기간은 이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발 빠른 대처를 위해 국내 기술진을 급파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선 반도체 공장 가동 중단 시 기존 생산 능력을 완벽하게 회복하는 데 길게는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정 진행 중에 갑자기 멈추진 않아 공정 장비나 재료에 치명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일단 한 번 생산이 멈출 경우 모든 단위 공정을 하나하나 재점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은 “반도체 공정은 수많은 돌로 이뤄진 돌다리와 같다”며 “한 번 생산을 하기 위해선 돌다리를 건너 듯 처음부터 하나하나의 단위 공정을 모두 체크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이 좋으면 어떤 장비는 재가동 즉시 기존 성능을 발휘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며 “돌다리가 하나라도 없으면 건너기 힘들 듯 100개 중 1개 장비만 기존 성능을 회복하지 못하면 양산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재가동 시점은 얼마나 많은 전문 인력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점검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며 “운과 노력이 따라주면 며칠 안에도 가능하겠지만 길게는 1달 이상도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전 세계적인 사태였으면 곳곳에서 장비 복구 인력을 요청해 회복 속도가 더뎠겠지만, 이번 한파는 특정 지역 문제인 만큼 장비 업체 인력도 다수 동원해 회복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車 반도체 품귀현상 심화 우려…가격 상승 전망

이번 자연재해로 가뜩이나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미국 한파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 NXP와 인피니온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각각 21%, 19% 점유율을 차지하며 세계 1, 2위를 다툰다. 지난 13일엔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지진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된 일본의 르네사스도 세계 3위에 올라 있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전 세계 자동차 100만대 가량이 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포드와 폭스바겐, 도요타, GM 등은 감산 결정을 내린 상태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에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가팔리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네덜란드 NXP반도체는 원자재 비용 증가, 공급 부족 등을 이유로 고객사에 차량용 반도체의 가격 인상을 공지했다. 르네사스도 올해 거래업체들에 제품 가격 인상을 요청했다. 이들의 가격 인상 폭은 10~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 역시 이달 말부터 단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가격을 기존 대비 15% 이상 인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이미 지난해부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슈퍼 사이클’ 기대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8일(현지 시간) PC용 D램(DDR4 8Gb 기준) 현물 거래 가격은 4.1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15일 반년 만에 3달러대로 복귀한 이후 다시 두 달 만에 4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 업계 입장에서는 품귀 현상 심화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오히려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한 피해액을 상쇄하는 등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체들이 이미 가격 인상을 공지한 상황이지만 자연재해 등의 여파로 인상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이 경우 반도체 업체 입장에서는 업황이 더 좋아지면서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생산 피해를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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