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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 거대 플랫폼의 갑질을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중소상공인과 스타트업(초기벤처)에 더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경제적 효과 수치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 글로벌경영학트랙 교수는 26일 한국벤처창업학회·(사)한국법정책학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공정위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및 전자상거래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영세 및 신규업체의 수익성 악화 및 성장 기회 상실이 우려된다”며 “이 때 추정되는 경제적 효과는 거래액 감소 13.4조 원, 생산 감소 18.1조 원, 취업유발 감소 22만 명”이라고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온플법 제정을 촉구했는데, 전 교수 연구대로라면 되려 IT 기업이든 비IT기업이든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는 의미다.
시뮬레이션 기초연구에 따른 것이지만, 온플법·전상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직·간접 파급 효과를 최초로 측정한 점이 눈에 띈다.
전 교수는 법안 도입 및 개정이 적용될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거래액과 직접적인 매출 감소 규모, 직접적인 비용 증가 규모, 산업파급 효과를 추정하면서, 2020년 온라인 쇼핑 거래액 161조1234억 원과 온라인 플랫폼 거래비중(44.9%), 온라인 쇼핑 거래액 연평균 성장률(15.6%)을 이용했다.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맞춤 광고 매출 감소 규모는 네이버의 공시 자료에 기초해 1조~2조 원으로 추정했다.
전 교수는 “플랫폼 업체와 입점 업체 계약서 작성 의무화는 대기업 상품보다 적게 팔리는 중소 상공인 입점 제한으로 이어지고, 소비자 피해 발생 시 플랫폼에도 연대책임을 주게 되면 중소상공인들에게 제3자 배상책임보험료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면서 “맞춤형 광고 제공 고지 및 일반광고 선택권 제공 의무화 역시 광고 효과가 좋은 맞춤 광고 축소로 이어져 영세 및 창업 입점 업체에 마케팅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네이버·쿠팡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보다 스타트업이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도 했다.
전성민 교수는 “플랫폼이 돈을 잘 버니 갑질을 할 것이라고 미리 예상해서 온플법을 하자는 것은 정치권에서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서 “전상법 개정으로 당근마켓의 비즈니스 모델이 바뀔 뻔하지 않았나. 전자상거래 방식의 다양성이 줄어들면 무한경쟁 속에서 실험하면서 움직여야 하는 스타트업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온플법 규제 대상이 되는 100억 원 매출은 공정위는 20여 개 플랫폼이 해당할 것이라고 하지만, 전수 조사해보니 100개 기업이 넘었다”면서 “이를 보면 온플법은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대규모 유통업법을 그대로 따랐다는 걸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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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일본과 다른 한국의 온플법…“입법 목적 부실”
이날 한국벤처창업학회·(사)한국법정책학회가 주최한 온플법·전자상거래법 개정 토론회에서 온플법의 제정 목적을 비판하는 지적도 나왔다.
서희석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EU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이사회 규칙’과 일본 ‘특정 디지털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의 향상에 관한 법률’을 예로 들면서 “온플법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입법목적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EU 규칙은 거래 투명성과 공정성, 피해구제의 효율성을, 일본은 투명성·공정성·경쟁촉진·자주성·자율성·창의성·필요 최소한의규제 및 상호이해의 촉진을 언급하고 있지만, 공정위 온플법은 공정성 확립을 통한 중개자와 판매자 지위의 대응성 확보만 언급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을 정확히 이해한 속에서 법안을 만들어야 소비자-판매자-플랫폼이 모두 윈윈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