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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시끄러웠다. 공정위가 그렇게 공들였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은 정권이 바뀌면서 폐기될 위기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과장급 1명만 파견받는 등 공정위 홀대가 뚜렷한 시기에 굳이 자리를 비우느냐는 비판이다. 공정위는 위원장이 직접 참석하지 않으면 발언 기회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라 했는데 썩 납득하긴 어려웠다. 출장을 총괄하는 국제협력과장은 출장 직전 코로나 확진으로 동행도 못했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또 꼬였다. 행사를 주최한 미국 경쟁당국이 조나단 칸터 법무부 반독점국(DOJ) 차관보 등이 코로나 확진되자 돌연 회의를 비대면으로 전환한 것이다. 민감한 시기에 미국까지 가서 비대면 회의를 하게 됐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대면회의를 통해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등 주요 경쟁당국 수장을 만난다고 보도자료까지 냈다가 엠바고 시간 3분 전에야 비대면 전환을 알려 혼란은 더 컸다. 많은 매체가 미처 고치지 못해 당시에는 오보였던 내용을 노출했다.
실수들은 또 난타당했다. 두들겨 맞던 공정위는 7일 오전 예고 없이 자료를 냈다. 하지만 칸 위원장과 대화는 고작 △현대경제에서의 경쟁당국의 역할·과제 공감대 형성 △경쟁법 집행 시 국제협력 필요성 공감 등 뻔한 내용이 전부였다. 40분 대화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2박 4일 출장을 외유성이라고 비판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코로나 시국을 애써 모른척하고 떠날 출장이었는지 모르겠다. 공정위는 최근 다수의 상임위원·비상임위원이 코로나에 걸려 위원이 급히 대체되기도 했고, 대체 투입된 이도 확진되면서 결국 소회의가 연기되기도 했다. 많은 이동과 접촉이 수반되는 해외 출장에서 조 위원장이 코로나에 걸렸다면 다음 주 예정된 2건의 전원회의에도 영향이 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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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위원장은 임기 내내 역점을 뒀던 플랫폼 규제에 대한 성과를 해외 경쟁당국에 당당히 소개하고 싶었을 것이다. 또 글로벌 공룡 구글의 모바일 OS 갑질을 제재한 것도 크게 알리고 싶었을 터다. 하지만 이를 모두 고려해도 모든 우려를 무릅쓰고 갈 출장이었는지는 동의하기 어렵다.
국내에 남아 조 위원장의 2박 4일을 지켜본 관전평을 남겨본다. ‘가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출장’ 평점 5점(10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