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자수첩]운동에 가혹행위가 필수입니까

故 최숙현 선수 사건 계기로 체육계 가혹행위 근절돼야
  • 등록 2020-07-06 오후 4:35:21

    수정 2020-07-06 오후 9:49:45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기자가 졸업한 중학교엔 축구부와 역도부가, 고등학교엔 레슬링부가 있었다. 운동부 친구들은 항상 교실 뒤편 책상에 엎드려 있어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간혹 감독에게 단체 기합을 받았다거나 기강을 잡기 위해 선배들한테 맞았다는 이야기를 사뭇 심각하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지금,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뺨과 가슴을 때려 다시는 안 먹겠다고 싹싹 빌었습니다. 저희는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라는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 동료들의 울부짖음에서 다시 그 시절이 떠올랐다. 수십년이 지났지만 운동부의 적폐는 그 때 그대로였던 것이다.

비단 이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심석희 선수 사건 이후 정부가 특별조사단을 꾸려 체육계 전반의 폭력과 성폭력 등 인권침해 현황을 살펴보겠다고 한 것이 불과 지난해 1월의 일이다. 이 과정에서 초중고 학생 운동부뿐만 아니라 대학, 실업팀에서 벌어지는 수 많은 가혹행위들이 세상에 드러났다. 그리고 이를 주도한 국가인권위원회는 9000여건의 진정사건을 처리했다. 하지만 현실은 최숙현 선수와 같은 비극은 여전했다.

최 선수처럼 체육관련 단체에 소속된 선수나 직원들은 가혹행위에 대한 신고를 한다하더라도 가해자(대부분 감독이나 선배)가 단순히 경징계를 받고 자리를 지킬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 2차 피해에 대한 우려 탓이다. 이러한 걱정은 결국 제2, 제3의 최숙현 선수를 만드는 환경이 되고 있다.

`운동은 원래 맞아가며 하는 거야. 성적 잘 나오게 하려고 하는 채찍질이니까 참아` 단어는 조금씩 다를지라도 주변에서 한번씩은 들어봤을 이야기들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학생을 비롯한 선수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서 운동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가혹행위들이 당연한 것들이어야 할까. 언제까지 또 다른 최숙현, 심석희가 나타나야 문제가 해결될까. 이런 문제는 서서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드러난 문제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만이 가혹행위 없는 건강한 체육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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