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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취약’ 잇따른 물류센터 사고…감시·감독 전문가가 없다

물류센터 1년새 2배 급증하는데 작년 이어 또 화재
쿠팡 前 근로자들 "화재 예견된 위험…대피로도 몰라"
전문가 "종합적 대책 필요…성능 위주 소방시설 설치"
  • 등록 2021-06-22 오후 4:24:56

    수정 2021-06-22 오후 4:24:56

[이데일리 공지유 조민정 기자]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건물 전체가 불에 타고 소방관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작년에도 이천 내 또다른 물류센터에서 불이 나 38명이 사망했지만 대규모 화재사고가 매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류센터 근로자들은 가연성 물질이 많고 화재에 제때 대피할 수 없는 특성상 대형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물류센터 전반에 대한 종합적 안전대책 마련과 함께 세세한 소방시설 설치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1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소방관과 함께 소방활동을 위한 건물 구조 안전진단을 위해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타기 쉬운 박스 여기저기…경보기 울려도 대응 없어”

지난 17일 오전 5시 36분쯤 경기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진화 작업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다. 당시 근무자 248명은 전원 대피했지만 내부 진화를 위해 건물 내부에 진입한 경기 광주소방서 고(故) 김동식(52) 구조대장이 빠져나오지 못한 채 실종 48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한 적이 있는 이들은 ‘예견된 위험’이었다며 혀를 찼다. 지난 2018년 덕평물류센터에서 한 달여 간 일용직으로 근무했었다는 A(31)씨는 “큰 건물에 물건만 쌓아놓은 곳이라 불이 나면 그냥 다 타버릴 수밖에 없다”며 “평소 일할 때도 물건을 높이 쌓는 데만 집중해 건물을 지어 어떤 종류의 사고에도 취약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화재가 아니더라도 높게 쌓인 택배박스가 무너져 안전사고가 날 위험이 산재해 있지만 근로자들은 안전 교육 없이 일하는 속도와 효율성에 대한 잔소리만 들었다”며 “첫 신입교육 외에 별다른 주기적 교육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두 달 동안 경기도 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관리자로 일한 적이 있다는 B(25)씨는 “작업 중 안전 교육은 몇 번 들었지만 정기적으로 화재대피 교육을 듣지는 않았다”며 “대피로에 대해 알고 있는 근로자들도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근무시 휴대폰을 반입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A씨는 “안에서 일을 시키는 정규직이나 기간제 사원은 휴대폰과 무전기가 있어 무슨 일이 생기는지 바로 알 수 있지만 일용직 근로자들은 바로 알 수 없다”며 “화재사고가 발생할 경우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년여간 경기도의 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했다는 C(26)씨도 “일하던 중 화재경보기가 울린 적이 있는데 아무도 대응을 하지 않고 경보기가 꺼질 때까지 가만히 서 있었다”며 “다행히 오작동이었지만 오작동이 아닐 경우 1층이 아닌 지하나 위층에 있는 사람들은 화재사실을 늦게 알고 대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종 소방관 수색작업 마치고 나오는 구조대원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 “가연물 특징 따른 세세한 소방시설 규정 필요”

끊임없는 안전 우려에도 물류창고 화재사고는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6월 21일까지 창고와 물품저장소에서는 전국 461건의 화재사고가 일어났다. 이 중 경기도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는 123건으로 전체의 27%를 차지했다.

전국 물류창고 개수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전국에 등록된 연간 물류창고 개수는 2019년 342건에서 2020년 732건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물류창고 건설이 급증하고 있지만 가연성 물질이 쌓여 있는 물류센터 구조로 인해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 역시 건물 인허가 권한만 있을 뿐, 소방시설에 대한 권한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빠른 시일 내에 화재조사를 마쳐 종합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대피로 확보 여부, 연소 확대 등 화재 전반조사가 이뤄져야 대책을 만들 수 있다”며 “화재 원인 조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책임 역시 강조됐다. 류 교수는 “소방시설 점검은 관할 소방서에서 하지만 화재경계지구를 정하는 부분은 시장·도지사 관할이고, 소방기본법에도 지자체장 권한인 부분이 있다”며 “(물류시설에 대한) 전체적 인·허가를 관할 지자체에서 하기 때문에 화재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각 지자체에서 소방시설 점검이 이행되고 있는지를 감시·감독할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현재는 제대로 된 전문가가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화재 및 안전대응과 관련해 세세한 소방시설 규정을 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공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건물의 높이나 평수, 면적 등에 따라서만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가연물에서의 열 방출량, 일산화탄소·이산화탄소 발생량을 고려하는 등 성능 위주로 세밀한 기준을 통해 소방시설 설치대상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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