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덕분에' 기만 말고 존중부터"…거리로 쏟아져 나온 2만여 의사들

대한의사협회, ‘의료 4대악 정책 반대’ 집회 개최
의협 “정부, 논의없이 정책 발표…비합리적 정책”
“정부 태도 변화 없으면 이달 말 다시 파업” 엄포
  • 등록 2020-08-14 오후 5:36:11

    수정 2020-08-14 오후 5:51:44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 등에 항의하는 의사들이 하루 일손을 놓고 거리로 나섰다.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집단 휴진에 돌입한 뒤 집회를 개최한 지난 7일에 이어 두 번째 열린 거리 집회다. 이날 집회엔 전공의뿐만 아니라 개원의와 전임의(펠로), 의과대학 교수 등도 참여해 2만명에 달하는 의사들이 모였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의사 총파업 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무런 논의 없이 일방적 정책 추진”…의협, 정부에 쓴소리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은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 여의대로에서 ‘의료 4대 악 정책 추진 반대 전국 의사 총파업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집회에 앞서 응급실과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 환자 생명에 직결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의사를 제외한 동네의원 개원의와 대학병원 등 수련병원의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은 집단 휴진에 나섰다.

이날 의협 등은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정부는 2022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려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는 등의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이들 단체는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등 방안 등에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우리를 진료실, 연구실, 강의실에서 거리와 광장으로 내쫓고 집단 행동할 수밖에 없게 한 장본인은 정부”라면서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란 국가적 위기 상태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4대 악 의료 정책’을 기습적으로 쏟아낸 뒤 어떠한 논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질주했다”고 비판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 역시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의사 수가 증가하고 있으나 인구 증가율은 최저”라며 “의사 증원은 훗날 대한민국 의료 인프라를 파괴할 폭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의사 총파업 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집회 추산 2만명 참여…“정부 답변 없으면 26~28일 파업”

이날 여의도 공원 앞 집회엔 2만명(의협 추산)이 참석했다. 의협 측은 애초 예상 참여 인원을 3000명 정도로 추정하고 집회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전국 각지의 의사들이 집회에 모여들면서 참여 인원이 예상치를 훌쩍 넘어섰다. 이 때문에 도로 한 차선을 더 추가하며 집회 공간을 넓혔지만, 이마저도 모자라 일부 참가자들은 인근 여의도 공원에 자리를 잡고 집회에 임했다.

참가자들은 ‘덕분에 기만 말고 존중부터 실현하라’, ‘의무복무 강제전공 전문가가 노예인가’, ‘검증 없는 한방 첩약 급여적용 웬 말이냐’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아울러 정부의 ‘덕분에’에 빗댄 ‘오죽하면’ 등이 적힌 배지와 스티커를 옷이나 가방 등에 부착한 참가자들도 보였다. 이날 집회는 부산, 대구, 광주 등 권역별 도시에서도 동시에 열렸다.

집회 참석자들의 나이·직위 등은 다양했지만, 이들은 한목소리로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임성원(63) 서울 동작구의사회 회장은 “거리로 나온 전공의들을 지원하고자 집회에 나섰다”면서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의사가 모자라는 특정 전공에 의사가 더 생기는 게 아니다. 교수도, 교육할 공간도 모자라는데, 의대 정원만 무리하게 늘이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천 지역 대학병원에서 이비인후과 전공의로 일하는 박모(32)씨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박씨는 “정부는 의료진과 대화나 소통 없이 정책을 내놓았는데, 그 발상 자체도 단순하다”면서 “지금 의사 수도 적지 않은데, 의사들이 지방으로 가지 않는 건 그만큼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의협은 정부가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또다시 휴진 등 집단행동을 벌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 회장은 “정부가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면 오는 26~28일 3일간에 걸쳐 총파업을 단행한 뒤 무기한 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후 12시 기준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총 3만 3836곳 중 1만 584곳(31.3%)이 휴진 신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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