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선호 父 "정부, 4년 전 뭐라했나"..원청업체는 20일만에 사과

  • 등록 2021-05-12 오후 5:37:37

    수정 2021-05-12 오후 6:26:49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지난달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300㎏ 컨테이너에 깔려 숨진 고(故) 이선호(23) 씨의 산재에 대해 원청업체가 20일 만에 공식 사과했다.

원청업체인 ‘동방’ 관계자 20여 명은 12일 오후 2시께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신켄터이너 터미널 운영동 앞에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컨테이너 작업 중 안전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에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에 따르는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성경민 동방 대표이사는 “한 가족의 사랑하는 아들이자 삶을 지탱하는 희망이었던 청년이 평택항에서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며 “유가족의 고통과 슬픔 앞에 정중한 위로와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항만 터미널의 모든 작업 현황 및 안전관리 사항을 다시 점검하겠다”며 “나아가 안전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적절한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해 유사한 안전사고의 재발을 반드시 막겠다”고 전했다.

또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며 장례 절차 등은 유가족의 뜻을 따르겠다”고도 했다.

사과문을 읽은 뒤 성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사죄의 뜻을 전했다.

12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 운영동 입구에서 주식회사 ‘동방’ 관계자들이 지난달 발생한 고(故) 이선호 씨의 산재 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 씨의 아버지가 언급한 사고 직접 관련자의 사과는 없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이날 MBC에 출연해 “제 아이가 사고를 당하고 나서 어떻게 해서 사고가 났는가 알아보는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제 아이의 죽음에 관련된 사람, 동일 선상에 있는 사람 두 사람이 나오게 된다”고 운을 뗐다.

그는 “B라는 지게차, C라는 지게차 두 대의 지게차가 등장하는데 C라는 지게차는 저희 아이 앞에서 죽을죄를 지었다고 사죄를 했고 제가 용서를 했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작업 지시를 그 위험한 공간으로 아이를 밀어 넣고 위험한 지시를 내렸던 B라는 지게차는 현재까지 자기는 그런 작업 지시 내린 적이 전혀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그래서 저는 제 아이가 용서를 받아야 할 사람한테 용서를 받지 못해서 아직 눈을 못 감고 있다. 현재까지 이 빈소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씨의 아버지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본회의 통과에도 개선이 안 되는 현실에 대해 “물론 사업주도 나쁘지만 본청이 국가기관산업으로서 모든 안전관리감독 책임은 해수부(해양수산부) 평택지청에서 하게 돼 있다. 다시 말하면 안전이 허술하든지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해수부 공무원들이 나와서 ‘이거 왜 이렇게 허술하냐, 위험하다, 시정해라’(라고 말하고) 안 할 때는 조치를 할 것 아닌가? 그러면 사업주 입장에서 볼 때 대한민국 공무원처럼 무서운 사람은 없다. 왜? 몇 번 시중 조치하다 안 되면 행정조치가 들어가지 않는가? 사업주의 모든 인허가권은 공무원이 갖고 있다”며 “그런데 이 사업주가 대한민국 공무원이 얼마나 만만하고 우습게 보였으면, 그 말도 안 되는 작업 환경을 만들어 놓고 법에서 정해 놓은 안전관리요원조차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야비한 상술로 인해서 남의 집 자식이야 일하다가 다치든지 죽든지, 이런 것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게 대한민국 공무원 아니겠는가? 그래서 제가 볼 때는 이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먼저 각성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고(故) 이선호 씨 부친인 이재훈 씨가 12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만공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열린 이선호 씨 대책 마련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연합뉴스)
그는 정부를 향해서도 “제가 오늘 오전에 평택항에서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제가 여당 대표하고 여당 국회의원한테 부탁을 했다. ‘4년 전에는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침에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가 없는 세상,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 만들겠다 해놓고 4년간 도대체 하신 게 뭐 있습니까? 뭐 하셨습니까? 도대체 얼마나 더 죽어야 할까요. 얼마나 더 죽여야 겠습니까’ 그 말씀 전해 드렸다”고 말했다.

앞서 이 씨는 군 복무 뒤 복학을 앞두고 아버지의 일터에서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참변을 당했다.

그 현장에서 이 씨는 아버지가 8년 동안 근무했지만 한 번도 투입된 적 없는 개방형 컨테이너 해체작업에 보조로 투입됐다가 떨어진 300㎏가량의 컨테이너 상판이 깔려 숨졌다.

이 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사고 직후 119 신고나 가족 연락 등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씨가 본래 업무가 아닌 컨테이너 작업에 투입된 경위와 안전수칙 준수 여부까지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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