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옵티머스 사기 책임공방 가열…예탁원에 집중되는 이유는

사모사채 투자 후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해달라는 옵티머스
`자본시장법상 사무관리회사 아냐`.."잔고 대사 의무 없다"
  • 등록 2020-07-09 오후 4:21:55

    수정 2020-07-09 오후 9:50:12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기 사건과 관련 펀드 기준가격 산정 업무를 맡았던 한국예탁결제원이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옵티머스는 NH투자증권 등 판매사, 신탁업자인 하나은행, 사무관리사인 예탁원까지 모조리 속였다. 이들 누구도 환매 중단이 나오기 전까지 옵티머스의 사기 행각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이들 세 주체 중에서도 가장 적은 수수료(수탁고의 0.02%)를 가져가는 사무관리사, 예탁원에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왜일까.

(그래픽=이미나 기자)
① 옵티머스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 초창기에 확인

가장 큰 논란은 옵티머스가 예탁원에 보낸 이메일에 있다. 옵티머스는 이메일에서 아트리파라다이스, 씨피엔에스, 대부디케이에이엠씨 등 부동산, 대부업체 등의 사채 계약서 사본을 첨부하면서 이를 ‘부동산광역시매출채11’, ‘한국토지주택매출채113’ 등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종목명을 표시하길 원했다.

옵티머스가 사무관리사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는 사채 계약서 사본까지 첨부하면서 투자한 자산과 펀드명세서상에 올라갈 자산의 이름이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꼴이었다. 눈에 뻔히 보이는 이상한 행동에도 왜 예탁원은 이를 그냥 뒀을까에 궁금증이 커졌다.

예탁원은 초기에는 자신들의 의무는 펀드의 기준가격 산정에 있고 기준가격 계산을 위해 필요한 채권의 발행일, 만기일, 수익률 등이 모두 이메일에 적시돼 있기 때문에 펀드 자산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확인 의무가 없다고 하더라도 눈에 띄게 이상한 운용사의 행동에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에 비난이 커졌다. 그러자 예탁원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운용사한테 운용 전략을 듣고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옵티머스 운용책임자한테 복층 구조로 겉은 사모사채이지만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론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는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펀드를 설정했던 2017년 6월 초반에 이뤄진 확인 절차였다. 그 뒤로는 시리즈 펀드로 출시돼 투자 구조가 유사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확인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올 4월 아트리파라다이스 사채 인수 계약서 사본까지 첨부된 이메일에서 이 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이라고 종목명을 등록해달라는 옵티머스 요청이 그대로 수용된 것이다.

②“우리는 운용사 하청업체”.,`계산 업무만 대행`

예탁원은 옵티머스 사건에선 스스로를 자본시장법상 ‘일반사무관리회사’가 아니라고 밝혔다. 운용사의 하청업체, 펀드 기준가격을 대신 계산해주는 ‘계산사무대행사’라는 것이다.

펀드는 법적 형태에 따라 투자회사형 펀드와 투자신탁형 펀드로 구분되는데 자본시장법이나 금융투자협회 규정(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에 나오는 일반사무관리회사는 투자회사형 펀드에만 적용될 뿐, 옵티머스 펀드 같은 투자신탁형 펀드의 사무관리 업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협회와 금융위원회도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규정에는 일반사무관리회사가 매월 신탁업자와 증권 보유 내역을 비교,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증빙자료를 보관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예탁원 역할이 아니란 얘기다. 예탁원은 “계산사무대행사는 기준가 계산만을 대행하는 이행 보조자”라며 “신탁업자에게 신탁명세 등 잔고 대사에 필요한 자료 제공을 요구할 법령상, 계약상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예탁원은 금융투자업자의 업무위탁을 규정한 자본시장법 42조에 따라 운용사와 펀드 기준가격 계산 위탁 업무를 맺은 것이기 때문에 잔고 대사를 위해선 운용사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펀드의 97.9%가 투자신탁형임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 있는 일반사무관리회사 대부분이 ‘계산사무대행사’란 얘기다. 이는 역으로 자본시장법에 34차례에 등장하는 일반사무관리회사는 굳이 우리나라에는 별로 없는 사례를 제도화한 것이고 정작 계산사무대행사 역할 등에 대한 내용은 제도에 하나도 없다는 얘기가 된다. 예탁원 관계자는 “과거에 운용사들이 해왔던 계산 업무가 사무관리사로 위탁 계약을 통해 넘어오는 역사가 있고, 법에서 굳이 규제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문제가 생겼으니 법에 허점이 있다고 생각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 예탁원 “오히려 신탁업자가 잔고 대사 의무 있다”

예탁원은 운용자산 대조 업무는 신탁업자인 하나은행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탁업자는 자체 신탁재산 보관·관리지침에 따라 매월 운용 자산에 대해 잔고 대사를 하도록 돼 있다는 게 예탁원의 설명이다. 사모펀드라서 자산운용에 대한 감시 의무가 없다는 것과 신탁업자로서 선관주의 의무를 다해 신탁재산을 관리해야 한다는 책임은 다른 것이란 얘기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도 “사모펀드의 경우 법적으로 신탁업자가 감시, 감독할 권한이 없어 법적 책임은 없을 수 있지만 고객 자산을 지켜야 한다는 선관의무는 지게 된다”며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운용 자산 감시 의무는 사무관리사보다 수탁사에 요구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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