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산불난 지 두달…‘20만원 갹출’ 성금도 안낸 국회의원들

  • 등록 2019-05-27 오후 5:47:36

    수정 2019-05-27 오후 5:51:17

지난달 8일 여야 5당 원내대표들 국회의장과 회동(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지난달 4월4일 강원도 고성군 일대에서 대형 산불이 난 지 벌써 50여일이 지났다. 정치권에선 여야 없이 안타까움을 표했고,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들은 같은 달 8일 회동에서 피해지역 이재민을 돕기 위해 의원 1인당 20만원씩 월급에서 갹출해 전달키로 뜻을 모았다. 정부는 같은 달 말 산불피해지역 지원비 등이 담긴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뿐이다. 돌이켜보면, 당초 의장과 원내대표들이 의원 1인당 20만원씩 걷기로 했던 때부터 여론의 눈총은 따가웠다. 국회의원의 연봉이 1억원이 훌쩍 넘는데도 성금이 너무 적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시의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은 건 더 볼썽사나운 일이다. 성금 모금, 전달이 늦어진 이유가 국회의원들이 선뜻 내기 싫어해서가 아니라 국회의 ‘태업’ 때문이란 점에서 그렇다.

의장과 원내대표간 구두로 성금 모금을 합의해도 실제로 의원들 월급에서 돈을 떼 피해지역에 전달하려면 정해진 국회 절차를 밟아야 한다. 통상적으로는 의장이 대표해 의연금 혹은 성금 갹출의 의안을 본회의에 제안하고, 의원들이 이에 동의해야 돌아오는 월급날에 일괄적으로 뗄 수 있다.

문제는 지난달 8일 이후 본회의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야엔 선거법 개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정국이 휘몰아쳤다는 ‘알리바이’가 있긴 하다. 그렇다고해서 산불피해 주민들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단 비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더군다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지도부 모두 차례로 산불 피해주민들을 만나 위로하고 지원을 약속하지 않았던가.

1인당 20만원 성금을 줬느냐, 안 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여야가 고통받는 국민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했는지를 국민은 묻는다. 여야는 지금도 추경안을 놓고 일괄 심사, 재해예산 분리 심사를 각각 주장하며 대치를 지속하고 있다. 연봉 대비 ‘쥐꼬리’란 비난이 나오는 성금으로 성의 표하지 않아도 좋으니, 머리 맞대고 추경안 처리 방향이라도 다시 논의해달란 게 국민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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