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녹십자의 '통큰 결정'…코로나19 치료제 무상 공급

국내 첫 코로나19 치료제 무상 제공 결정
무상 공급 수량 제한이나 조건 두지 않아
완치자 혈액 기부에서 시작하는 개발 염두한듯
치료제 TFT 논의....허은철 대표 '전격 수용'
임상 늦어도 7월 중 시작....정부, 올해말 허가 목표
셀트리온, SK, 제넥신 '아직 신중'..."결정된...
  • 등록 2020-05-18 오후 4:27:28

    수정 2020-05-18 오후 9:54:17

경기도 용인에 있는 GC녹십자 연구소에서 백신을 연구하고 있는 연구원. GC녹십자 제공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GC녹십자(006280)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치료제의 국내 무상 공급을 전격 결정했다. 국내 제약사의 첫번째 코로나19 치료제 무상 제공 결정이다. 치료제 개발이 완치자 혈장 기부에서 시작되는 데다 치료제 개발에 자신감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068270)과 SK바이오사어언스, 제넥신(095700) 등 다른 치료제 개발 기업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GC녹십자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치료제 ‘GC5131A’를 국내 환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18일 밝혔다. 회사는 무상 공급분 수량 제한이나 전제 조건을 달지 않았다. 이에 따라 GC녹십자는 정부지원금(3억원)을 제외한 개발부터 상용화 이후 일체 비용을 부담한다. GC녹십자는 질병관리본부가 공고한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의 최종 과제 수행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혈장치료제 무상 공급은 국내분에 한한다. 녹십자는 영국 BPL, 일본 다케다 등 19개 글로벌 선두 혈액제제 기업과 공동(얼라이언스 가입)으로 혈장치료제를 개발중이라 해외에 무상으로 공급하려면 ‘글로벌 연합군’과 협의가 필요하다.

국내 제약회사가 코로나19 치료제의 무상공급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 이윤을 포기하는 정도의 발표는 있었지만 이번 결정은 금전적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결정이다. 이 때문에 GC녹십자 결정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해외에선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중인 길리어드가 5월말까지 공급하는 14만명분의 렘데시비르를 기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회사는 이날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결정이었다며 주주에게 양해를 구하는 서한도 발송했다.

GC녹십자는 치료제 개발을 위한 회사 내 TFT에서 무상 제공 안을 도출해 허은철 대표 승인을 얻었다.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은 “사상 초유의 감염병 치료를 위해 쓰는 의약품은 오롯이 국민 보건 안정화를 위해 쓰는 것이 온당하다”며 “코로나19를 극복한 우리나라 국민의 힘을 한데 모아 만드는 혈장치료제 플랫폼은 금전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회복기 환자의 혈장에서 항체가 들어있는 면역 단백질만 걸러내 고농도로 농축해 만든 것이다. 혈장은 혈액 구성 요소 중 적혈구·백혈구·혈소판이 빠진 누런빛의 액체 성분이다. 코로나19에 걸렸다가 나은 사람에게 생긴 항체를 포함하고 있다. 혈장치료제는 회복기 환자 혈장을 중증 환자에 직접 헌혈하듯 투여하는 ‘혈장 치료’와는 다른 것이다.

혈장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 기증이 필수적이다. 국내는 법으로 매혈(賣血)이 금지돼 있다. 허 사장이 밝힌 ‘국민 힘을 한데 모아 만든다’는 설명은 의례적이 아닌 실제 개발 과정을 반영한 내용이다. 이주연 국립보건연구원 신종감염병매개체연구과장은 “혈장 치료제 개발의 관건은 완치자의 혈액 확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혈장치료제 개발 기업의 원활한 혈장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13일 ‘코로나19 완치자 혈장 채취 지짐’을 제정했다.

GC녹십자 행보는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 중인 다른 제약·바이오기업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다른 기업은 일단 신중한 모습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가격정책은 아직 구체화된 게 없다”고 말했다. 다만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최근 한 방송에서 “치료제를 개발해 이익을 남기지는 않겠다”며 “원가로 공급해 회사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게 훨씬 낫다”고 말한 바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지금은 개발이 우선”이라며 “판매전략은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제넥신 관계자도 “아직 치료제 무상제공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GC녹십자는 7월 중 임상시험을 목표로 하고 있다. GC녹십자는 현재 개발중인 혈장치료제와 같은 면역글로불린 치료제로 B형간염 면역글로불린 ‘헤파빅’, 항파상풍 면역글로불린 ‘하이퍼테트’ 등을 상용화한 경험이 있다. 정부도 GC녹십자 경험을 근거로 혈장 치료제의 품목허가 목표를 연내로 잡고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치료제 무상지원 등 공익적인 기부는 긍정적”이라며 “녹십자는 혈장치료제 개발이 조기에 가능해 중증 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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