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곧 끊긴다' 초조함에 광풍‥신용대출 사흘간 1兆 증가

규제 강화방침 밝히자 신용대출 급증
금리 오르거나 한도 줄기전 받아두자
자칫 규제 효과 없고 부작용 우려 시선
  • 등록 2020-09-17 오후 3:44:09

    수정 2020-09-17 오후 9:33:35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서울 광화문의 A은행 지점에는 얼마 전부터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상장 관련해서 신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우량 고객 가운데 평소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을 쓰지 않던 고객 상당수도 이번에 신규 대출을 받았다. 특히 지난 14일 이후 신용대출을 알아보려는 고객의 방문과 전화 문의가 부쩍 늘었다. 조만간 한도가 줄거나 금리가 오를 수 있어 지금과 같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느냐는 게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사진=연합뉴스)
신용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은행 창구로 몰리고 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 방침이 도화선이 됐다. 자칫 규제의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부작용만 드러날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규제 방침 구체화하자‥하루 3천억씩 신용대출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은행(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2조588억원 증가했다. 특히 14일부터는 한층 속도가 붙었다. 이 기간 (14~16일) 사이 늘어난 신용대출 잔액만 1조1260억원 규모다. 하루평균 3000억원을 넘는 수준이다.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8월(하루 2000억원 안팎)의 속도마저 뛰어넘은 것이다.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은 당국의 규제가 부른 역설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5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 대출담당 임원과 화상회의를 열어 신용대출 축소방안을 본격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고 판단해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조절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신용대출 증가규모를 확 줄이라는 압박인 셈이다. 은행권이 대출 수요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리거나 한도를 줄여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생활자금과 주식, 부동산 투자 대출수요가 기본적으로 많고, 발 빠른 소비자들이 현재의 좋은 조건으로 일단 신용대출을 받아두자는 가수요가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융당국은 이번에 고액 신용대출을 줄여달라는 강한 신호를 상태다. 이 돈이 부동산 쪽으로 흐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특히 한도가 지나치게 높은 비대면 신용대출과 고액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득·고신용자 위주로 연봉의 최대 2배까지 신용대출을 해주는 관행은 과하다 것이다. 은행권의 신용대출은 통상 연봉의 1.5~2배까지 한도를 준다. 가령 연봉이 2억원인 직장인은 적어도 3억원 가량은 빌릴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의 우려를 전달받은 은행권은 내부적으로 신용대출 축소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이나 자영업자의 돈줄을 끊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전한 터라 고소득·고신용 신용대출이 집중 타깃이 될 전망이다.

전문직 대출 한도 축소될 듯‥부작용만 나타날 수도

금융권 안팎에서는 의사나 변호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부터 축소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금리도 만지작하고 있다. 현재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이달 10일 기준 1.8%에서 3.7% 수준이다. 이미 한 시중은행이 이달부터 우대금리 할인 폭을 0.2%포인트 축소하는 방식으로 실질 금리를 올렸다. 은행권에서는 우대금리 축소가 현실화되면 ‘1%대 신용대출’은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강도 높은 방안을 요구한 만큼 조만간 방안이 구체화할 것”이라며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높이는 식으로 수요를 줄일 수 있고 심사를 한층 깐깐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대출규제가 별다른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용대출은 말 그대로 신용을 바탕으로 대출을 해 주는 것이다 보니 금리나 한도만으로 수요를 조절하기 한계가 있다. 부동산이나 자산시장이 들썩이는 상황이기도 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소비자가 대출을 받겠다고 오면 막을 근거도 없다”면서 “지금 같은 방식의 규제로 대출 증가속도를 조절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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