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그렇게 죽어도 좋은 ‘매춘부’는 없다

살인마 잭 더 리퍼에게 희생된 다섯 여자 이야기
1888년 런던 빈민가 살인사건 다시 쓰다
더 파이브
핼리 루벤홀드|468쪽|북트리거
  • 등록 2022-03-08 오후 9:30:00

    수정 2022-03-08 오후 9:53:48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1888년 영국 런던 동부 빈민가인 화이트채플에서 약 2개월 동안 5명의 여성이 차례로 살해당했다. 다섯 피해자인 폴리, 애니, 엘리자베스, 케이트, 메리 제인은 모두 목이 잘렸고 잔혹하게 훼손된 채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들은 이름 대신 ‘희생자 5인’으로 불렸으며, 130년이 지난 지금도 희대의 연쇄살인범 잭 더 리퍼에게 살해당한 광장의 ‘그저 매춘부’로 뭉뚱그려졌다. 반면 살인자 잭 더 리퍼는 시대를 뛰어넘어 소설 영화 드라마 뮤지컬 만화 게임 등으로 재해석되며 아이콘화됐다.

역사 저술가이자 방송인인 저자는 살인마 잭 더 리퍼가 아닌 다섯 명의 피해자를 중심으로 19세기 런던 화이트채플의 연쇄 살인 사건을 다시 쓴다. 저자는 희생자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듣기 위해 철저한 자료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집요하게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참고 문헌 수만 무려 200여권. 다섯 중 셋은 성매매에 잠시라도 종사했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희생자가 누구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검시관은 심문 당시 폴리의 부친에게 결혼 파탄 후 딸의 행실이 “방탕했는지” 묻는 식이었다.

저자가 이토록 신랄하게 밝혀내고자 한 것은 잭 더 리퍼의 정체가 아니다. 의도적으로 지워졌던 당시 빈민의 처참한 생활상과 가부장제의 사회구조, 그리고 세기를 넘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여성혐오의 문화다.

저자는 “피해자들이 그저 매춘부라는 주장은 세상에 착한 여자와 나쁜 여자가 있다는 믿음, 즉 성녀와 창녀의 이분법을 영속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 책은 목소리를 가지지 못한 이들을 위해 쓴다. 저 여자들을 위해서다. 그들이 빼앗긴 것은 존엄성이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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