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규제자유특구, '실험장' 넘어야 성공

  • 등록 2020-11-12 오후 4:19:03

    수정 2020-11-13 오전 7:54:16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규제자유특구 심의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규제자유특구 지정으로 침체한 지역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경북 포항에서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에 참여하고 있는 한 기업인은 ‘특구 효과’를 이처럼 설명했다. ‘철의 도시’였던 포항은 규제자유특구 지정 이후 배터리 산업 요충지로 새롭게 발돋움하는 분위기였다.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던 포항 영일만·블루밸리 산업단지는 배터리 관련 사업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입주 문의가 이어지면서 올해 100%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지정하기 시작한 규제자유특구에서는 규제로 진출이 어려웠던 자율주행이나 원격의료, 무인선박 등 사업이 가능하다. 모두 전 세계적으로 전략산업으로 주목받는 분야지만, 우리는 규제에 막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산업들이다.

특구 효과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특구 지정 1년여 만에 해당 지역에는 3200억원 규모 투자가 몰렸다. 중소·중견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며 생산공장을 속속 짓고 있다. 특구 기업들은 2024년까지 양질의 일자리도 1600개 이상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성과에 만족하기는 아직 이르다. 규제개혁은 1980년대부터 모든 정권의 숙원이었지만, 성공적인 ‘규제혁신’이라고 평가받는 정책은 단 하나도 없었다. 현 정부도 규제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 기업들의 규제개선 체감도는 높지 않다. 규제자유특구가 성공하려면 후속 규제법령 정비가 필수적이다. 현재 관련 법안에는 실증특례 기간(4년)이 끝나기 전에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정비 여부 판단은 소관 부처의 몫이다. 때문에 법령 개정이 늦거나 안전성 등을 이유로 아예 규제를 개선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세종 자율주행 특구에 참여한 기업인은 “규제를 풀어 신사업에 도전할 수 있게 됐지만, 사업을 이어가며 이익을 내려면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규제자유특구가 ‘실험장’이 아닌 ‘혁신 발상지’로 거듭나려면 아직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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