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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께 일본 도쿄에서 한일 전략물자 수출통제 관련 양자회의가 6시간만에 사실상 종료됐다. 양국 관계부처 당국자 간 직접 접촉은 일본 정부가 지난 4일 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핵심소재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한 이후 처음이다.
회의에는 한국 측에선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일본 측에선 경제산업성의 이와마쓰 준(岩松潤) 무역관리과장과 이가리 가쓰로(猪狩克郞)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 등 양측에서 각각 2명씩 참석했다.
양측은 회의시작부터 팽팽한 기싸움을 벌었다. 회의 시작전 1분가량 공개된 회의장은 냉랭한 기운이 웃돌았다. 양측 참석자들은 악수 등 우호의 표현은 일절 하지 않았고,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기만 했다.
일본측은 심지어 한국을 홀대하는 모습까지 보이기도 했다. 경제산업성 10층에 위치한 회의 장소는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는 글을 프린트한 A4 용지 2장 크기의 종이만 붙어 있었고, 참가자들이 앉은 테이블에는 회의 참가자들의 이름표 조차 없었다. 회의장 구석에는 테이블과 간이 의자가 한 귀퉁이에 쌓여 있을 정도로 창고와 같은 분위기였다.
우리 정부측은 일본 측이 한국만을 겨냥해 수출 규제를 강화한 배경과 근거 등을 집요하게 묻고 설명을 요구했다. 아울러 일본 측이 수출 규제 이유로 일부 품목의 북한 유입설을 거론하는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제시해달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본 측은 한국 정부의 무역관리에 문제가 있어서 취한 조치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한국을 예정대로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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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반출 의혹은 한발 물러서
일본은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이유로 △국제수출 통제 체제의 규제 대상으로 공급국으로서의 책임에 따른 적절한 수출관리의 필요성 △한국 측의 짧은 납기 요청에 따른 수출관리 미흡 △일본에서 한국으로 가는 수출과 관련한 부적절한 사안 발생 등을 거론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듯’ 일본의 입장에 미세한 변화가 있는 셈이다. 일본은 기존에 일부 관료와 언론에서 제기한 것과 달리 불화수소 등 전략물자가 한국을 통해 북한에 유출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 측은 그러면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자기네 기업의 법령준수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3대품목 통제강화를 자국 수출기업 귀책으로 설명했다.
이 무역정책관은 “일본은 불화수소 등 3대품목이 개별허가 신청대상으로 변경된 것은 북한 유출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또 3대 품목이 최종적으로 순수한 민간용도라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허가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이는 당초 일본의 논리가 먹혀들지 않자 새롭게 변경한 것으로, 귀책사유는 일본기업에 있더라도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영향력을 계속 끼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본은 또 여전히 한국 수출통제체제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지난 1일 우리나라를 안보우방국인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겠다고 고시한 기존 방침을 우리 정부에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 국장은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제외방침과 관련, 캐치올(catch all) 규제 등에서 한국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할 뿐 그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면서 ”앞서 3년 동안 한국과 관련 회의를 못해서 신뢰가 부족하다는 기존 주장만 되풀이 했다“고 말했다.
캐치올 제도는 대량살상무기(WMD)나 재래식 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민수용품에 대한 수출통제 규제를 말한다.. 일본은 구체적으로 ‘한국이 재래식무기 캐치올 제도에서 불충분하다’고 얘기할 뿐 불충분 사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하진 못했다.
추후 회의는 미정..日강행하나
일본 측은 백색국가 제외의 경우 오는 24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각의 결정 후 공포하고, 그로부터 21일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