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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축된 소비심리와 정책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미국 자동차 시장이 여전히 성장 흐름을 나타내는 셈이다. 미국에서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시장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작년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1%로 추산된다. 이는 GM(17%), 토요타(15%), 포드(13%)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에서 총 170만 8293대의 차를 판매하며 2년 연속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전기차 모델 중 네 번째로 판매량이 많았던 차가 현대차 아이오닉 5로 추산된다. 총 4만 4000대가 판매돼 전기차 비중 3.4%를 차지한 것이다.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인 만큼 현대차그룹이 돌파구로 ‘현지 생산’을 강조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르면 오는 4월 2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제시된 상황에서,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현지 생산 시설을 적극 활용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서 현대차는 신공장 중심 현지 생산 체제로의 변환을 예고했다”며 “궁극적으로 미국 정부가 원하는 것이 현지 생산 확대인 만큼 이같은 흐름에 발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에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나 내연기관 차량 중심으로 양산하고 있다. 친환경차의 경우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되어 미국으로 공급되는 만큼 현대차그룹의 현지 양산 물량이 늘어날 필요성이 제기됐다. 업계가 추산하는 현대차그룹의 판매 대비 생산 비중은 42% 안팎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생산한 차량이 총 71만 5732대로,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35만~36만대 수준을 양산하면서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현지 생산 전략을 펼치기 위해서는 노조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국내 생산 차종을 해외 공장에서 병행 생산할 경우 사전에 노조에 통보할 것을 단체협약으로 정해두고 있어서다. 관세 리스크 등에 대응하려면 노사 간 발 빠른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생산 차종을 노조와 협의해 정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빠르게 양 사 모두 노조와 지속 가능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