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개혁요구 귓등으로도 안 듣는 사법부

사법농단 현직판사 줄줄이 무죄 선고 `제 식구 감싸기`
"기밀이랄 것 없다', "직권 없어 남용도 없다" 논리만
사법개혁은커녕 제 식구 감싸기 구습도 못버린 사법부
  • 등록 2020-02-18 오후 4:27:25

    수정 2020-02-18 오후 4:27:25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지켜보면서 국민 의식이 높아졌구나 하고 생각했던 건 좌·우 정치적 이념에 따라 대립과 갈등을 반복하면서도 모두가 사법부 판단에는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죠.”

최근 만난 법조계 고위 인사는 “사법부 권위에 대한 신뢰가 아직은 바탕에 깔려있다는 증거”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사법농단으로 기소된 현직 판사들이 잇달아 무죄를 선고받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사법부가 이런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있는 듯 하다. 지난해 1월 사법농단 사태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사법부 수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그 후임인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하며 사법개혁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개혁은커녕 `제 식구 감싸기`라는 구습 조차 극복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장판사들에겐 `법원행정처에 전달된 수사정보들이 기밀이랄 게 없다`는 관대함을 보였고 세월호 7시간 보도 등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부장판사에게는 법관 독립을 침해한 위헌적 행위라면서도 `직권이 없어 남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헌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다고 인정했음에도 법률을 위반한 게 없어 무죄라는 신공을 선보인 셈.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는 귀닫은 채 김명수 대법원장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이들을 포함해 1심 선고조차 받지 않은 총 7명의 현직 판사들을 재판부로 복귀시켰다.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옛말처럼 신뢰 회복을 위해 살얼음판 걷듯 해도 모자랄 판에 되레 역주행이다.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이라는 대혼돈의 시간을 거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처사다.

사법부의 권위는 법복이 아닌 국민 신뢰에서 나온다. 허울뿐인 구호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법관 탄핵 목소리까지 외치는 국민들이 언제까지 기다려줄지 모를 일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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