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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 대통령', '신군부 2인자'…노태우의 빛과 그림자

향년 89세로 영면
신군부 2인자로 정권 핵심으로 떠올라
6·29 선언 이후 첫 직선제 대통령 선출…북방외교 등 성과
5·18 무력진압, 비자금 등으로 수감
정치권 "북방외교 등 성과 있지만 과오는 어떠한 이유로도 덮을 수 없어"
  • 등록 2021-10-26 오후 5:23:08

    수정 2021-10-26 오후 9:10:14

[이데일리 박기주 송주오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군사 정권과 문민정부를 잇는 과도기를 지낸 지도자다. 12·12 군사 쿠데타를 주도한 육사 동기 전두환 신군부의 2인자라는 이미지 탓에 과(過)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과도기의 불안한 사회 분위기를 유혈 충돌 없이 넘긴 것은 그의 공이라는 평가도 있다. 특히 북방정책과 토지개혁 등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1988년 제13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군인서 대통령으로…6공화국 첫 직선제 대통령

노 전 대통령은 1932년 12월4일 경북 달성군 공산면 신용리(현 대구 동구 신용동) 팔공산 기슭에서 태어났다. 경북고와 육군사관학교 11기로 군 생활을 시작한 그는 전두환을 동기생으로 만난다. 노 전 대통령은 전두환을 비롯해 정호용·김복동 등 동기생들과 친분을 쌓았고 이는 ‘하나회’로 이어졌다.

고인의 정치적 전환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된 1979년 10월 26일 시작됐다. 이 사건 직후 12월12일 육군 9사단장이던 그는 동기생인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하나회 세력의 핵심으로 군사 쿠데타를 주도했다. 쿠데타 성공으로 신군부의 2인자로 떠오른 노 전 대통령은 수도경비사령관, 보안사령관을 거친 뒤 대장으로 예편, 정무2장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어 초대 체육부 장관,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 민정당 대표를 거치면서 군인 이미지를 벗고 정치인으로 탈바꿈했다.

이후 1987년 노 전 대통령은 6공화국 이후 직선제로 선출된 최초의 대통령으로 이름을 올렸다. 대통령 선거 당시 ‘보통사람의 위대한 시대’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지지를 받은 그는 전국 득표율 36%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 연보 (그래픽= 문승용 기자)
북방외교·토지개혁 등 긍정적 평가…쿠데타 주도 세력 ‘꼬리표’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당시 소련이 붕괴하는 상황에서 북방외교를 벌여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1989년 2월 헝가리를 시작으로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체코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공산권 국가와 수교를 추진했고, 소련과 중국과도 국교를 정상화했다.

특히 첫 남북 고위급 회담을 성사시키며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과 비핵화 공동선언 등 남북 관계의 기초를 마련했다. 1991년에는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이라는 성과도 이뤘다.

또한 재임 기간 미온적인 처신으로 ‘물태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군사정권에서 민주화 정권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큰 유혈 충돌 없이 넘어갔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노 전 대통령은 김영삼·김대중·김종필 이른바 ‘3김(金)’과 화해하려는 노력을 많이 한 인물로 여겨진다.

이와 함께 토지공개념 도입과 기업 비업무용 토지 매각 등 토지개혁 정책도 이후 부동산 정책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군사 쿠데타의 주도 세력이라는 꼬리표는 그의 발목을 잡았다. 퇴임 후 노 전 대통령은 12·12 주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수천억원 규모의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전두환과 함께 수감됐고 법원에서 징역 17년형과 추징금 2600억여 원을 선고받았다. 1997년 12월 퇴임을 앞둔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사면 조치로 석방됐지만, 오랫동안 추징금 미납 논란에 시달리다가 지난 2013년 9월에야 뒤늦게 완납했다. 여전히 5·18에 대한 사과와 추징금 환수를 거부하고 있는 전두환의 행보와 구분되는 지점이다.

1996년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정치권 “북방외교 등 성과 있지만 과오는 덮을 수 없어”

정치권 역시 노 전 대통령의 공과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2·12 군사쿠데타의 주역이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강제 진압에 가담한 역사의 죄인이고, 결과적으로 군사 독재를 연장했다”면서도 “다만 재임기간 북방정책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중국 수교 수립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고인은 재임 당시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북방외교 등의 성과도 거뒀다”고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12.12 군사쿠데타로 군사정권을 탄생시킨 점, 그리고 5.18 민주화운동에서의 민간인 학살 개입 등의 과오(過誤)는 어떠한 이유로도 덮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북방정책이라든가, 냉전이 끝날 무렵 우리나라 외교의 지평을 열어주신 것은 의미 있는 성과였다“며 영면을 기원했다. 홍준표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시절 가장 잘한 정책은 북방정책과 범죄와의 전쟁이었다”면서 “보수진영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던 북방정책은 충격적인 대북정책이었고, 범죄와의 전쟁은 이 땅의 조직폭력배를 척결하고 사회 병폐를 일소한 쾌거였다”고 평가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노소영씨와 통화해 이야기를 나누고 조의를 표했다”며 “아들 노재헌씨의 (5·18)사과에 대해 잘한 일이라고 격려를 해줬다”고 밝혔다.

한편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다만 국가장 및 국립묘지 안장 등 여부는 정부의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국가장 시행을 제한할 수 있는 사유로 ‘예우 박탈’은 명시돼 있지 않다”며 “(국립묘지 안장은) 다른 절차가 필요하며 내부 절차에 따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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