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젠더폭력 컨트롤타워`인데, 심석희 사태에 고심하는 여가부

미투 컨트롤타워 여가부, 심선수 폭로에 소극적 반응
  • 등록 2019-01-10 오후 3:40:52

    수정 2019-01-10 오후 6:57:54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작년 1월29일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희롱 사건 폭로로 촉발된 `미투(Me too) 운동`이 온 나라를 뒤흔든지 1년쯤 되던 지난 8일밤 대한민국은 또 한 번 깊은 좌절과 상실감에 빠졌다.

동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스타였던 심석희(22) 선수가 최근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폭행뿐 아니라 17세부터 상습적인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심석희 측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은 지난달 1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조 전 코치를 `아동·청소년의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상해)` 등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으로 지난 1년간 정부가 관련 조직을 꾸려 각종 현장조사와 점검에 나서고 온갖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우리 사회 내 위력에 의한 성범죄는 여전히 뿌리 깊게 침투해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양상을 만들고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에 운동선수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감독과 코치를 절대적인 존재로 떠받드는 체육계의 비정상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형성된 그루밍 성폭력(신뢰관계를 쌓아 심리를 지배한 뒤 가하는 성폭력)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데서 이번 사안은 더 엄중하다.

물론 아직 수사 중이며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하지만 얼굴이 알려진 빙상계 간판스타가, 그것도 여성으로서 앞으로 겪게될 모든 수모를 감수하고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심 선수의 충격적 폭로 후 바로 다음날인 9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사건에 대해 사과한 뒤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관련해 정부 내 컨트롤타워라던 여성가족부는 사흘이 지나도록 그 어떤 반응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여가부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 등과 연락해 조만간 만나 실무협의를 할 예정”이라며 “여가부는 피해자 지원 주무부처로서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소극적 답변만 내놨다. 이어 “여가부가 입장을 내는 게 맞는지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미 문체부서 입장을 냈기 때문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를 두고 공직사회 내에서는 지난해 8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 판결과 관련해 여가부가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입장을 밝힌 이후 안희정 측 지지자들로부터 엄청난 반발에 시달리면서 미투 사건에 대해 소극적 자세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제일 먼저 “젠더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범정부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차별없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성평등 사회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심석희 선수가 그토록 어렵게 뗀 입이다. 진 장관의 발언대로 여가부가 진정한 범정부 컨트롤타워라면 더이상 소극적으로 대응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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