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상생 동원하더니 비용 나 몰라라…공공기관 재무건전성 빨간불

[공공기관 대해부]③빨간불 켜진 재무건전성
한전, 원가 3/4 수준에 전기 판매하며 역대급 영업적자
가스·철도·도로등 공공요금 동결 속 공공기관 부채 누적
文정부, 사회적 가치 강조하며 재무건전성 관리는 외면
尹 대수술 예고했으나…요금 현실화 없인 실효성 '의문'
  • 등록 2022-05-19 오후 6:07:59

    수정 2022-05-19 오후 9:02:58

[이데일리 김형욱 윤종성 기자] 한국전력공사(015760)는 올 1~3월 전력 1킬로와트시(㎾h)당 평균 149원에 사서 고객에게 114원에 판매했다. 1㎾h당 35원 밑지는 장사다. 고유가로 인해 연료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뒤로는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그럼에도 연료비 인상분의 일부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려 했던 한전의 시도는 물가 인상을 우려한 당국에 의해 번번이 가로 막혔다. 한전은 올 1분기 7조8000억원의 역대 최대 적자를 냈고, 지난 18일 6조원 자금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만성 적자 기관이라는 오명을 쓴 한국철도공사는 코로나19 대유행 충격이 더해지며 2020년 1조2000억원, 2021년 9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1년 4.9% 인상 후 11년째 동결된 철도요금이 적자 배경이다. 그나마 2015년 주중 요금할인을 없애며 소폭 인상 효과를 낸 것이 전부다. 정부는 ‘2021~2025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통해 철도 운임의 현실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공공요금 동결에 공공기관 부채 ‘눈덩이’

한전과 철도공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기, 도시가스, 철도(KTX), 고속도로 통행료 등 공공요금이 수 년째 정부의 강력한 통제에 발이 묶이며 공공기관 부채규모가 지난해 583조원으로 불어났다. 공공요금 현실화와 공공기관의 역할 재조정 없인 결국 부실화한 공공기관을 국민 부담으로 메워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이데일리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을 통해 공공기관 359곳(은행· 기금운용기관 등 금융기관 제외)의 기관별 공시를 전수조사한 결과 한전은 문재인 정부에서 37조원이 늘어 모든 공공기관 중 부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2017년 108조8000억원이었던 한전의 부채 규모는 지난해 145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정책 수행기관으로서 대대적인 임대주택 건설 사업에 나섰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는 2017년 130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38조9000억원으로 8조원 늘었다. 주 수입원인 고속도로 통행료가 7년째 동결된 한국도로공사는 5조8000억원, 국제천연가스 시세 급등에도 가스요금을 낮췄던 한국가스공사는 5조6000억원의 부채가 각각 늘었다. 문재인정부가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 실현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공공요금 인상을 막은 게 컸다.

이외에도 한국석유공사와 한국농어촌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인천국제공항공사, 부산항만공사 등의 부채도 1조원 이상 늘었다.

사회적 가치 강조 속 재무건전성 관리 ‘외면’

문재인 정부는 지난 5년간 사회적 가치 구현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최우선 덕목으로 뒀다. 이전까지 공기업 경영평가 과정에서 4~7점이던 사회적 가치 비중도 20점대 이상으로 대폭 끌어올렸다. 2018년에는 기존에 없던 사회적 가치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일자리 창출(7점)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4점) △안전 및 환경(3점)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5점) △윤리경영(3점) 등 5개 평가지표를 신설했다. 반면 재무관리 항목은 17점에서 8점으로 줄였다. 이와 함께 주요사업에 대한 실적 평가 비중도 50점에서 45점으로, 업무효율 항목도 8점에서 5점으로 각각 줄였다.

공공기관은 경영평가를 좋은 점수를 획득해야 예산 확보와 임직원 급여 인상에 유리한 만큼 기관 스스로 본연의 사업 성과나 재무관리보단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 구현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정부의 평가 기조 변화 속 공공기관의 임직원 수는 2017년 말 34만5000명에서 44만2000명으로 9만7000명 늘었다. 조직 방만화로 인건비 등 비용이 급증하면서 부채가 493조2000억원에서 583조원으로 약 89조8000억원 늘어난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018년 공기업 경영평가단장을 맡은 신완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학부 교수는 “당시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과 안전 문제가 화두였던 시대적 배경도 있었지만 세부 내용까지 보면 사회적 가치 관련 항목이 최대 36점에 이를 정도로 문재인 정부도 공익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며 “박근혜 정부까진 재무상태가 나쁜 기관은 지표 점수 정도가 아니라 아예 별도 관리해왔으나 문 정부에서의 평가 땐 없었다”고 설명했다.

尹정부 대수술 예고했으나…요금 현실화 ‘미지수’

윤석열 정부는 부실화한 공공기관에 대한 대수술을 예고했다. 기획재정부는 올 하반기 구체적 방안을 담은 공공기관 정책방향을 수립·시행할 예정이다. 공공기관의 업무를 재조정하고, 민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은 떼어내 민간에 맡기기로 했다. 또 공공기관의 과도한 복리후생과 방만 경영을 억제해 조직·인력·예산을 합리화한다는 계획이다.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작성 대상인 40개 기관 가운데 재무 위험이 큰 10여 곳을 선정해 집중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가 이끄는 윤석열 정부 1기 경제팀이 관료 중심으로 짜여진 데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관료들의 경우 공공기관 운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대체로 공공부문 축소에 소극적인 성향을 보인다.

신완선 교수는 “공공부문이 획일화한 현 구조에서 벗어나 각 공공기관의 특성에 맞춰 그 역할과 운영 과정에서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잇는 새로운 성과관리 설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현 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단순히 조직과 비용을 줄이라며 수치적 성과만 부각해 6~7년 전으로 회귀하는 건 아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공공요금 현실화가 선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공공부채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자 심각한 문제는 묶여 있는 공공요금”이라며 “부채를 줄이려면 결국 요금을 현실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발 에너지 공급 불안은 통제 불가능한 요인에 의한 요금인상 압력이기 때문에 제때 반영해주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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