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항의하며 지난 1월 9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 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 총영사를 본국으로 소환한 뒤 두달이 넘게 귀임시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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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미네 대사의 본국 소환 이후 일본 정부는 지난 2015년 한일 정부간 타결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를 근거로 일본 공관 인근 소녀상 철거 및 이전을 요구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독도에 소녀상을 세우겠다는 시민단체의 계획에는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위안부 소녀상 명칭을 ‘위안부상’으로 바꾸겠다고 밝히는 등 역사 왜곡 시도를 드러내며 위안부 문제 관련 공세적인 태도와 망언을 이어갔다.
일본 정부의 태도가 바뀐 것은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나면서다. 탄핵 심판 발표를 앞두고부터 현재까지 일본 정부와 언론은 문제가 될 만한 언사를 자제하면서 국내 상황을 지켜보는 듯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와 정치권 등 내부에서도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한국 정치 동향과 차기 정부에 대한 정보수집을 하고 새로운 대화의 통로를 만들기 위해 조속히 주한 대사를 귀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철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탄핵 결정 전에는 한국 내 불확실성도 있고 굳이 대사가 주재국에 있어야 할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며 “차기 정부가 형성되는 이 시기에는 일단 대사가 다시 한국에 들어와서 후보들도 만나고 국내 상황도 탐색하면서 한일관계 대응을 위한 포석을 다지고 국내 동향을 파악할 필요가 생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틸러슨 순방이 한일 ‘소녀상’ 갈등에도 전환점 될까
하지만 일본 정부가 여전히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만을 강조하면서 대사 귀임 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적당한 ‘계기’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의 소녀상 관련 조치를 본 후 주한 일본대사의 귀임 시기를 판단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일본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틸러슨 장관의 순방을 계기로 북한·북핵 문제의 엄중성을 부각시키면서 한미일 3국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동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한일관계에도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틸러슨 국무장관은 15일부터 사흘간 일본에 머물며 16일 오후 아베 신조 총리,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회담을 갖는다. 이후 한국과 중국을 연달아 찾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