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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 2위의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대결구도가 디지털 영역으로까지 확장하면서 관련 시장에서는 파급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런 미·중 갈등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발 책임론과 홍콩보안법 등 정치·경제·사회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국내 업계에 미치지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틱톡·위챗 美 시장서 퇴출 행정명령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IT기업에 대한 공세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 정부 최고위층이 직접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중국산 동영상 공유 앱인 틱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인 위챗을 사실상 미국시장에서 퇴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45일 뒤인 다음달 20일부터 미국 기업 및 개인이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위챗의 모회사인 텐센트와 거래할 수 없다는 게 주요 골자다. 두 개의 앱을 통해 자국민의 개인정보가 중국 공산당에 넘어갈 가능성 등 국가안보 차원의 조치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 주장이다.
하지만 빌 게이츠 MS 창업자가 “틱톡 인수가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고 인터뷰하는 등 전망은 불투명하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등 일부 인사가 “퇴출만이 답”이라는 취지로 중국 기업 인수에 부정적인 것도 변수다.
반독점 제재 회피 이유 등 다소 결을 다르지만 미국의 IT 기업들도 지난달 말 하원의 반독점 청문회에서 일제히 국수주의적 발언을 쏟아냈다.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의 첫 글자를 딴 별칭)라고 불리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일제히 ‘자랑스러운 미국 기업’임을 자임하면서 중국 기업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 확보 필요성을 언급했다.
“글로벌 기업 아니라 이제 美기업 명명해야”
이런 미국의 행태가 오히려 미국 기업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8일 ‘위챗을 포기할 것인가 아이폰을 잃을 것인가’(Give up WeChat or lose your iPhone) 제하의 기사에서 미국의 제재로 애플 앱스토어에서 위챗이 없어지면 중국 소비자들이 아이폰 구입을 주저할 수 있다 관측을 제기했다.
다만 중국이 일찌감치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중국 내 접속을 차단한 상황과 확전 우려 등 보복 카드를 꺼내 들기 마땅치 않아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내에서 역시 방송통신위원회가 법정대리인 동의 없는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 수집과 개인정보 국외 이전 사항 미고지 등을 이유로 틱톡에 1억 8000만원의 과징금과 6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지만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각종 규제에 막히는 등 오히려 외국 업체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구글 등을 이제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 미국 기업으로 명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