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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도 퍼스트 클래스, 비즈니스 클래스, 이코노미 클래스가 있는데요. 택시 호출은 왜 안 되나요?”
관점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를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를 규제하려는 데 대해 “고객 권리를 무시한 이기주의적인 평등 주장을 받아들이면 자본주의의 상식이 무너진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호출료가 무료인 일반 택시를 호출할 때와 호출료를 내는 가맹택시(카카오T블루)를 부를 때 기대하는 바가 다른데, 이를 무시하고 똑같은 결과(콜의 대칭성)를 요구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이야깁니다.
그의 말에 공감하는 건 경험 때문입니다. 카카오T 앱으로 일반택시를 부르면 오래 걸리지만(아주 간혹 카카오T블루가 오기도 하지만), 호출료를 내고 카카오T블루를 부르면 빨리 오지요.
박 대표는 “만약 단 한 푼도 내지 않은 경우와 웃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무조건 똑같아야 한다는 사회주의식 평등논리라면 잘못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더군요.
일반택시를 모는 기사분들 중 서울개인택시평의회(서평회)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기사들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는) 일반택시는 무시하고 (중개수수료 3.3%를 받는)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준 것은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가맹택시를 모는 한국개인택시티블루협의회(한티협)는 콜 몰아주기가 아니라 택시기사들의 콜 골라잡기가 문제라는 입장이죠.일반택시 기사들이 승객을 배려하지 않고 콜을 골라 잡는 바람에 ‘배차 수락률’을 운용 지표로 넣은 배차시스템은 그들이 보기엔 불공정해 보일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잠깐 생각해 봤으면 하는 점이 있습니다. 카카오가 배차 콜을 뿌릴 때 가맹택시부터 주고 일반택시는 나중에 주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똑같이 뿌리는데 가맹택시 기사들의 콜 수락률이 높다 보니 결과적으로 가맹택시가 먼저 잡힐 수 있다는 겁니다. 기회는 평등했는데 결과가 평등하지 않은 셈이죠. 알고리즘 상의 불공정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장강철 한티협 협회장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할 테니 제 배차 수락률과 서평회 회장님의 배차 수락률을 비교해 보시라”고까지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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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가 고객을 모으려고 무료호출을 활성화해 놓고 사람들이 모이니 이제 와서 유료호출(가맹택시)을 활성화하려고 꼼수를 쓰는 건 아니냐고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라고 봅니다. 기업으로서 가맹택시를 활성화하려는 의지는 있을 수 있지만, 꼼수는 아니라는 얘깁니다.
카카오T는 인터넷 플랫폼인데, 플랫폼이라는 것은 이용자(택시 승객)와 공급자(택시 기사)를 모두 만족시켜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그랬듯이, 플랫폼 기업들은 처음에는 막대한 시스템 투자비를 들였음에도 무료나 낮은 가격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이후에 유료화하거나 광고를 보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합니다. 이때 원하지 않는 광고를 보게 될 수도 있죠.
이런 것까지 정부가 규제해야 할까에 대해 의문입니다. ‘비밀’, ‘정답’과 함께 세상에 없는 세 가지 중 하나가 바로 ‘공짜’인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