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존엄사 찬성 82% 이면엔 '돌봄 공백'...부작용 우려도

국회 발의된 ‘조력존엄사법’ 찬반 논란
국민 10명 중 8명 ‘찬성’이지만...
부작용 우려도 제기 “돌봄 공백 먼저 해결해야”
  • 등록 2022-07-19 오후 6:00:49

    수정 2022-07-19 오후 6:00:49

[이데일리 장시온 인턴기자] 지난달 국회에 발의된 ‘조력존엄사’ 법안을 두고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조력존엄사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지난달 15일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에서 시작됐다. 개정안에서는 △말기환자인 경우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경우 △환자 본인 의사에 따라 조력존엄사를 희망하는 경우 등 조건을 만족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조력존엄사에 대한 찬성 의견이 높았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2%가 조력존엄사에 찬성했다.

조력 존엄사 입법화에 대해 찬성하는 이유로는 ‘자기 결정권 보장'(25%),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권리'(23%), ‘가족 고통과 부담'(20%) 등이 꼽혔다. 반면 입법화 반대 이유는 ‘생명 존중'(34%), ‘악용과 남용의 위험'(27%), ‘자기 결정권 침해'(15%) 순이었다.

의료계에선 부작용 우려도...“저소득층 존엄사 늘 것

그러나 의료계는 조력존엄사법이 기존의 존엄사와는 달리 생명을 '인위적으로' 단축한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지난 8일 “기존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임종에 이르는 과정을 앞당기도록 시간을 단축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하는 행위는 연명치료 중단과는 성격이 다르고 생명 경시 풍조를 확산, 만연시킬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이하 호스피스 학회)도 지난달 21일 입장문을 내 “법안의 요지는 의사 조력을 통한 자살이라는 용어를 조력존엄사라는 용어로 순화시켰을 뿐 치료하기 어려운 병에 걸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자살하는 것을 합법화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적 부담으로 인한 저소득층의 존엄사가 늘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영호 서울대 가정의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조력존엄사 찬성 응답자 중 20% 이상이 ‘가족의 경제적·정신적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연구팀은 환자의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 존중이 핵심인 조력존엄사법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명 중 8찬성’, 그 이면엔 돌봄 공백

조력존엄사 논의 이전에 가족에게 과도하게 부담이 전가되는 우리나라의 돌봄 시스템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중철 성모병원 교수는 저서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에서 우리나라의 호스피스 병상 이용률이 낮은 현실을 짚었다. 저서에 따르면, 한국인은 66~83세까지 17년을 질병에 시달리며 살다가 요양시설이나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사망한다.

실제로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사망자의 75.6%는 요양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에서 사망했다.

2020년 기준 암 사망자의 호스피스 완화 의료기관 이용률은 23%로 영국(95%)·미국(50.7%)은 물론 대만(30%)보다도 낮았다. 전국의 호스피스 병상은 지난 5월 기준 1400여개였는데 지난해 암 사망자수가 8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의협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대상 질환의 확대를 비롯한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과 우울증 등 정신의학적·심리사회적 지원을 위한 관련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며 “연명의료 관련 질 높은 상담과 사회 저변 확대가 필요하며, 인생 후반부에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유신혜 교수·세종충남대병원 김정선 교수 연구팀은 서울대병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 생애 말기 의료 현황 조사 결과에서 “만성 중증 질환자의 경우 이른 시기부터 적극적인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연계해 죽음의 질이 좋은 임종 돌봄을 할 수 있는 장소에서 숨을 거둘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호스피스 학회는 입장문에서 “삶을 마무리하는 순간이 외롭지 않고 편안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은 사회의 의무이자 책임”이라며 “국회는 조력존엄사 논의 이전에 필수적인 호스피스 시설과 인력의 확충, 치매 등 다양한 만성질환 말기환자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 기회 확대, 임종실 설치의무화 등 실질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엄사와 조력존엄사 차이는

존엄사는 질병 호전이 목적이 아닌 무의미한 현상 유지를 목적으로 한 연명치료를 중단한다는 점에서 질병에 의한 ‘자연적 죽음’을 환자가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주지만, 조력존엄사는 인위적으로 약물을 투여해 생명을 ‘단축’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존엄사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허용하고 있는 ‘존엄사’는 단순 연명치료 중단을 뜻한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9년 5월 대법원이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 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존엄사를 사실상 인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환자의 신체 침해를 수반하는 구체적인 진료행위가 환자의 동의를 받아 제공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진료행위를 계속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환자의 결정권 역시 존중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후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존엄사가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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