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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장 제정 전 초치된 日대사…후쿠시마 방류, 한일관계 또 먹구름

日 13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출 공식 결정
韓 "일방적인 조치" 日 "충분한 협의하에 결정"
전문가들 "한일 과학·기술적 공조시스템 마련해야"
  • 등록 2021-04-13 오후 7:20:48

    수정 2021-04-13 오후 7:20:48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물질 오염수(일본정부 명칭 :처리수)를 바다로 방류하기로 공식 결정하면서 한·일 관계에 새로운 먹구름이 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결정을 우리나라와 충분한 협의 및 양해 과정 없이 이뤄진 일방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이번 발표에 앞서 “한국 정부에 사전통지를 했다”며 “이는 일·한 정부의 중요성을 감안하고 일·한 정부가 서로 노력해 쌓아온 신뢰관계가 바탕이 돼 실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 된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왼쪽)가 차를 타고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日대사 “韓 포함 주변국 환경에 영향 안 줄 것”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13일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항의했다.

지난 2월 부임한 아이보시 대사가 외교부로 초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보시 대사는 신임장 사본을 지난 2월 26일 최종건 제1차관에게 제출했지만, 아직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제정받지는 못했다.

먼저 부임한 강창일 주일대사가 아직 신임장을 제정받지 않는 등 여러 이유가 겹쳐지며 미뤄진 탓이다. 강 대사는 지난 8일 신임장을 제정받을 예정이었으나 다리 부상을 이유로 제정 일자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내에서도 신임장을 제정받지 않은 대사를 초치하는 것이 국제관행이나 법리상 타당한지를 놓고 검토에 들어갈 만큼 이번 일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 결과 국제 관행상 가능하다는 결론 하에 초치를 결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 경로를 통해 국민의 우려와 반대 입장을 가급적 빨리 전달하는 게 좋겠다 해서 면담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약 20분간 이뤄진 면담에서 최종문 차관은 이번 결정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반대 입장을 전달하고 우리 국민의 건강과 환경에 미칠 잠재적인 위협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또 최 차관은 일본 측에 △오염수 처리 관련 투명한 정보 제공 △국제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환경 기준 준수 △국제사회 참여를 통한 객관적 검증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의 우리 입장을 담은 구술서를 전달했다.

아이보시 대사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으며, 우리 정부의 입장을 본국에 보고하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아이보시 대사는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책임지고 대처하겠다”며 “오늘 발표는 한국 정부를 포함한 다양한 관계자와의 의사소통 결과를 참조하면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일본정부가 책임을 지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韓 반대하는데 美 ·IAEA는 “환영”

강 대사와 아이보시 대사의 부임은 그간 탈출구를 찾지 못했던 한일 경색국면의 탈출구를 찾기 위한 계기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아이보시 대사의 초치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한일관계가 정상궤도로 회복하기 전에 새로운 악재가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우리 국민을 설득시킬만한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주장하듯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다수 원전과 재처리시설에서 배출된 물이 방사성 물질들을 제거한 뒤 바다에 버려진다는 것은 맞다. 다만 일반적인 원전과 달리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있는 물은 원자로 보호벽이 깨지고 금이 가면서 오염된 물이다. 일반적인 오염수와는 ‘질’이 다르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해양 방류 결정 자체는 일본의 주권 사항이라고 판단해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방류가 국제기준을 준수하고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데 대응 역량을 집중했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는 일본이 일방적으로 갑자기 결정한 것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것”이라며 “조금은 더 시간이 걸리고 우리와 정보를 공유하면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일본의 결정이 생각보다 조금 빠르고 갑작스러웠다”고 강조했다

외교부가 문제 삼은 정보는 오염수를 원전 부지 내 탱크에서 바다로 옮기는 구체적인 처분 방식, 방류 시작 시점, 총 방류 기간, 총처분량 등 네 가지다. 일본 정부는 아직 이와 관련된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보 제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의 반대와는 별개로 미국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날 일본 정부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하다”는 뜻을 밝혔으며 IAEA는 “이 계획의 안전하고 투명한 이행을 추적 관찰하고 확인할 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일본은 안전 조치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외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변 국가 및 국제사회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오염수 처리를 결정했다”며 “이러한 결정은 지극히 무책임하고 국제 건강 안전과 주변국 국민의 이익에 심각한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해 9월 26일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해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AFP제공)
전문가는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 자체를 막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에 따른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학·기술적 공동 검증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문제 제기를 하고 우려를 표명하는 것에서 나아가 현실적인 대응조치가 필요하다”며 “아직 실제 방류까지는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그 기간 한·일은 해양오염 방지를 위한 과학·기술 협력 지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이어 “동북아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원자력 시설의 밀집도가 높은 만큼 주변국들의 협력 수요 역시 높은 지역”이라며 “이번 기회에 주변국 공조를 통한 검증 시스템을 만들어놓는 것이 양국 수산업계 등의 피해를 줄이고 원전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IAEA와의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에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안전성을 검증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현재 IAEA에 한국인 전문가를 파견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단독]韓, 日후쿠시마 오염수 직접 검증한다…“IAEA에 파견 추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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