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누적에 최저임금 인상 유탄..‘우체국 사상 첫 파업’ 꼬인 실타래

우정사업본부 우편분야, 지난해 1450억 적자
우정노조, 2천명 집배인력 증원 요구..7월 9일 파업 예고
3백억~6백억 이상 추가 비용 부담 발생
우편요금인상하거나 보험회계 건드려야 하는데..국민적 합의 쉽지 않아
  • 등록 2019-06-25 오후 4:12:24

    수정 2019-06-25 오후 8:01:30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사상 첫 우체국 파업이 현실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편과 택배는 우리나라 물동량은 물론 농어촌 등 취약지역의 서민경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데, 우정노조가 요구하는 토요일 휴무를 위한 집배원 인력 증원 등을 맞추려면 수백 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현재 우정사업본부 예산상 불가능한 이유에서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편사업에서 지난해 1450억 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다. 노조 요구를 수용하려면 결국 △우편요금 인상이나 △예금회계뿐 아니라 보험회계에서의 수익금 전입을 허용해야 하는데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공공부문 첫 파업이 우체국에서 현실화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전국우정노조는 25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했다. 투표에는 조합원 2만8802명 가운데 2만7184명이 참가했고, 92.9%가 파업에 찬성했다. 우정노조는 “쟁의행위의 압도적 찬성은 중노동 과로로 죽어가는 집배원을 살려 달라는 조합원의 열망이 그만큼 뜨겁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우정노조는 집배원 인력증원과 노동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26일 종료되는 쟁의조정에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7월 6일 파업 출정식을 하고 7월 9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25일 오전 서울 한국노총에서 열린 전국우정노조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우정노조 측은 92.87% 찬성으로 쟁의행위가 가결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우정노조가 요구하는 집배원 인력 증원과 노동 시간 단축이 이뤄지려면 최소 1000명 이상에서 2000명 정도 충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1인 집배원 평균 월급 300만 원에 부대 비용을 합쳐 300억~600억 원 이상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는 게 우정사업본부 설명이다.

우본 관계자는 “우편 물량 감소와 인건비 상승으로 재정상황이 악화돼 당장 인력을 증원하기 어렵다”면서 “집배원노동개선 기획추진단에서 지역별 집배 업무량 편차 해소를 위해 인력 재배치를 권고했으나 노조 반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6월 노사합동TF 조사 결과, 인력이 남는 우체국 162국(+590명)에서 부족한 우체국 62국(△589명)으로 재배할 계획이었으나 노조 반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우본 안팎에서는 이메일과 SNS의 대중화로 우편 물량은 줄어드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는 늘어 우편사업 분야의 적자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결국, 우편요금을 인상하거나, 현재 특별회계로 돼 있는 우정사업본부 회계를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일반 회계로 바꾸거나, 특별회계로 유지하더라도 보험 등 수익 사업에서 수익금 전출이 가능하도록 바꿔야 하는데 어느 것도 국민적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다.

2018년의 경우 우정사업본부는 우편사업에서는 145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예금 사업에서는 2200억원 이익이 생겼고 보험사업에서는 3700억 원 이익을 냈다.

국회 관계자는 “현재 예금 사업에서 나온 수익을 우편사업에 보조하는 것은 가능하나,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보험 회계까지 건드리는 것은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우편요금 인상 역시 어려운 숙제여서 꼬인 실타래를 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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