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난 단기간내 해결이 어려운 세 가지 이유

中기업들 “미리 사놓자”…최대 6개월치 재고 비축
고수익 반도체 생산에 집중…車업계 반도체난 야기
공장 더 지어도 2년 이상 소요…"내년까지 수급난 지속"
  • 등록 2021-04-20 오후 4:31:17

    수정 2021-04-20 오후 4:33:54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가전제품에서 PC,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의 생산을 방해하고 있는 반도체 부족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반도체 공급업체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에 해결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신문은 반도체 공급난을 이른 시일 안에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로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중국 업체들의 재고 비축 △공장 신·증설 등 생산능력 확대까지 장기간 소요 △일시적 수요 급증 우려 및 소극적 설비 투자 등을 꼽았다.

나아가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경우 반도체는 물론 다양한 제품군에서 가격 상승이 발생, 경제 전반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中기업들 “미리 사놓자”…최대 6개월치 재고 비축

우선 수요 측면에서 살펴보면 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무역갈등을 계기로 자국산 반도체 기술 및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수 없도록 길을 막은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미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이었던 지난 2019년 5월 화웨이를 거래제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지난해 9월에는 전 세계 어느 기업이든 미국의 기술, 장비,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반도체를 생산한 경우 화웨이에 판매하려면 미 상무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올해 1월에는 화웨이에 부품을 수출하는 미 기업들의 면허를 취소했다.

이후 제품 생산에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중국 기업들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동안 사용할 반도체를 미리 사들이기 시작했다. 언제 반도체 부족사태가 일어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은 전년대비 15% 증가해 올해 3월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359억달러를 기록했다.

화웨이의 에릭 쉬 순환 회장은 지난주 “현재 (중국 기업들이) 1개월치, 3개월치, 심지어는 6개월치 반도체를 사모으면서 전체 (공급) 시스템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도 지난 15일 투자자 설명회에서 고객들이 지정학적 불확실성 때문에 반도체를 사재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高수익 반도체 생산에 집중…車업계 반도체난 야기

공급 측면에서 보면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이익이 많이 남는 최첨단 부문에 투자를 집중해 왔는데, 이 때문에 현재 자동차 업계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업계가 생산 장비에 투자한 금액 중 스마트폰, 최고급 컴퓨터, 데이터 센터용 최첨단 제품 등에 쓰인 비용이 27%로 가장 높았다. 자동차나 가전기기 등에 들어가는 일반 반도체 생산에 투입된 투자액 비중은 11%에 그쳤다.

WSJ는 “반도체 업계는 과거 5세대(5G) 통신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 등 마진율이 높은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만 집중했다”며 “차량과 일반 IT 제품에 들어가는 제품 생산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제조업체들은 최첨단 반도체 제품 라인을 일반 반도체 공정으로 개조하는 등 생산 확대를 위한 비상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두고 있는 파운드리 타워 반도체의 가이 에리스토프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수요에 따라 우선순위대로 생산 라인을 재정비한다면 생산 속도가 3.5배 빨라질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일부 제품은 120일 걸리는 생산 일정을 30~40일로 줄일 수 있지만 수율이 떨어진다. 또 다른 제품의 생산 기간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일시적인 조치는 최대 6개월까지밖에 유지할 수 없으며 생산 능력도 5%까지밖에 높이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일본 반도체 공장의 화재, 미국 남부 지역 한파에 따른 정전 사태, 대만의 가뭄 등 예기치 못한 다양한 사고들로 주요 제조공장들이 가동을 일시 중단하게 된 것도 반도체 공급난을 심화하고 있다.

공장 더 지어도 2년 이상 소요…“내년까지 수급난 지속”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능력을 높이는 방법, 즉 공장을 신설 또는 증설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공장을 건설해 가동 시키기까지 최소 2년이 걸리는데다, 수십억달러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선 쉽지 않은 투자 결정이다.

특히 현재의 반도체 수급난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경우 큰 돈을 들여 공장을 지어두고 놀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WSJ은 “인텔과 TSMC 등 주요 제조업체들은 올해 신규 공장을 짓기로 했지만 가장 널리 쓰이는 일반 반도체조차 제작에 3개월이 걸리며 최신형 반도체의 경우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내년까지 수급난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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