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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바이오는 1997년 설립, 2016년 1월 코넥스에 입성했으며, ‘PEG(페그) 유도체’ 제조 플랫폼이 핵심 기술이다. PEG 유도체는 의약품과 결합해 약효를 향상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선바이오가 가장 고순도의 PEG 유도체를 생산하고 있으며, 전 세계 경쟁사는 미국 넥타 테라퓨틱스 등 3곳 정도다.
최근 선바이오의 PEG 유도체가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는 모더나와 화이자 mRNA 백신에 들어가는 핵심 원료이기 때문이다. mRNA는 외부 환경에 노출되자마자 쉽게 변형되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mRNA 겉을 얇은 막으로 감싸줘 세포 안까지 안전하게 들어가게 하는 ‘약물전달체’가 개발됐다. 화이자와 모더나 mRNA 백신은 ‘지질나노입자(LNP)’를 약물 전달체로 사용하며, LNP를 더 안정된 상태로 만들기 위해 PEG 유도체가 들어간다.
선바이오는 지난 2월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에 들어가는 PEG 유도체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대상은 화이자 원료 공급사 독일 에보닉(Evonik Industries AG)이며, PEG 유도체 80kg을 오는 7월까지 제조해 직수출한다. 에보닉은 독일 2위의 종합화학회사이며, 선바이오와는 2015년부터 거래를 해왔다.
모더나는 선바이오의 차세대 PEG 유도체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PEG 유도체가 나타내는 심각한 전신 알레르기 증상인 아나필락시스 부작용 등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기술이며, 지난 3월 미국 특허 출원 신청을 했다.
회사 관계자는 “화이자에 공급하는 건 특허 물질이 아닌 고순도로 만든 PEG 유도체이고, 모더나는 우리의 차세대 특허물질에 대해 흥미를 갖고 있다”며 “모더나와는 구체적으로 계약이 진행된 건 없으며, 아직 테스트 단계다. 더 좋은 백신 개발을 준비하기 위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품목허가에 성공한 제품의 성장도 계속되고 있다. 인도 ‘인타스’에 라이선스 아웃한 호구감소증치료제 바이오시밀러 PEG-filgrastim(페그필그라스팀)은 캐나다와 유럽, 호주에서 품목허가를 받아 판매되고 있다. 선바이오는 인타스에 PEG 유도체 원료를 공급하고, PEG-filgrastim 판매 수익에 따라 5%가량의 로열티를 받는다. 호중구감소증치료제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5조원으로 추정되며, 미국이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청도 한 상태다. 인타스가 미국 시장 약 2조원에서 최소 10%의 매출을 올려도 2000억원, 이 중 로열티에서만 100억원을 선바이오가 수령할 수 있다.
구강건조증치료제 뮤코펙(MucoPEG)은 의료기기로 FDA 승인을 받았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는 입안이 심각하게 건조해지는 부작용이 일어난다. 기존 제품은 음식 섭취시 씻겨 내려가면서 일시적이지만, 뮤코펙은 코팅효과가 있어 쉽게 씻겨 내려가지 않도록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라이선스 아웃을 위해 미국에서 비교 임상을 하고 있으며, 올가을 결과가 나온다. 의료기기는 임상이 필요 없지만, 글로벌 빅파마가 비교 임상 자료를 요구하면서 시작하게 됐다.
선바이오의 2019년 매출 58억원, 영억이익은 9억을 기록했다. 지난해 실적은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매출처인 PEG-filgrastim 원료 공급이 줄면서, 전년 대비 감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화이자를 시작으로 mRNA 백신 원료 공급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사상 최대 매출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