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힌 이스타, 남은 시간 열흘…제주항공 M&A 손떼나

이스타 "선결조건 문제없다"…제주항공 "열흘 안에 해결"
선결조건 이행·체불 임금·지분 헌납 방법론 등으로 갈등
'완전 자본잠식' 이스타 법정관리..최악의 상황땐 청산 수순
  • 등록 2020-07-02 오후 5:34:47

    수정 2020-07-02 오후 9:52:46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문제없다” vs “열흘 안에 해결 못 하면 계약 파기”

제주항공(089590)과 이스타항공이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첨예하게 대립하며, 파기 수순을 밟고 있다. 국내 첫 항공사 간 기업 결합으로 주목받은 양사의 M&A가 무산되면 자금줄이 꽉 막힌 이스타항공은 법정관리에 들어가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항공산업이 벼랑 끝에 몰린 가운데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지난 2월부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데 이어 일자리마저 잃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스타항공에 ‘선결조건 이행’ 열흘 기한 준 제주항공

2일 제주항공은 전날 이스타항공에 “10일(10영업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이 지난달 30일 선결 조건 이행과 관련해 “문제없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자 이같이 회신 한 것. 이스타항공이 선결 조건에 대한 관련 입장을 정리하고 각종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상황을 설명했지만, 제주항공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지난 3월 2일 주식매매계약(인수가 545억원)을 체결한 이후부터 줄곧 선결 조건 이행이 이뤄져야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애초 맺은 계약서에 ‘선결 조건을 해결하지 못했을 때 10영업일이 지나면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선결 조건으로 알려진 것은 이스타항공의 태국 현지 총판인 타이이스타젯이 항공기를 임차하는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이 채무(약 373억원)를 지급 보증한 사안이다. 또 조업료와 사무실 운영비, 보험료 등 각종 미지급금이 약 1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동성 위기에 놓인 이스타항공이 이같은 선결조건을 다다음주 내로 이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선결 조건은 아니지만, 지난 2월부터 약 250억원 규모의 임직원 임금 체불 건도 해결해야 하고, 지난 3월 24일부터 국내외 운항도 전면 중단한 터라 자금줄이 꽉 막혀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지금 회사에 돈이 없는 처지라 제주항공이 인수를 확정해야만 정부의 LCC 지원(1700억원)도 받을 수 있다”며 “계약 당시에는 미지급금은 제주항공이 책임지기로 해 놓고 기류가 바뀌어 이스타항공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제주항공의 수장 교체 등 지난 5월 2일 발표한 애경그룹의 임원인사 이후 이 같은 기류가 강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 고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실패한 제주항공이 규모의 경제를 위해 이스타항공 인수를 결정했지만, 예기치 않은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등장했다”며 “지난 5월 갑작스러운 임원인사가 있었는데 최고경영진에서 인수 포기에 무게를 두고 있어 계약 당시 합의했던 내용에 어깃장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왼쪽 두 번째)와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본부장이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열린 인수·합병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양측의 M&A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미 인수협상 과정에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지난달 29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돈이 없어서 회사를 살리고자 매각 제안을 받아들였다”면서 “제주항공이 인수를 서두르지 않으면 최악의 상황에 치달아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날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가족이 보유한 이스타항공의 지분 410억원어치를 헌납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이는 더욱 틀어졌다. 이스타항공 고위 관계자는 “임금 체불 등과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딜의 빠른 성사를 위해서 대주주의 지분을 이스타항공에 무상으로 헌납하겠다는 것이 초점”이라며 “이번 지분 헌납으로 제주항공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200억원 안팎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대주주의 희생을 강조했지만, 제주항공은 “일방적인 통보로,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취지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이스타항공 측에서 별도의 지분 증여 절차 없이 M&A 후 이스타홀딩스가 보유 지분의 매각 대금을 가져가지 않는 방안 등을 제시하며 설득에 나섰지만, 결국 합의는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손 떼면 이스타항공 파산 돌입 가능성 커

양사의 M&A가 무산되면 이스타항공은 파산수순에 돌입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24일 노사 간담회에서 “법정관리 돌입 시 기업 회생이 아닌 기업 청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법정관리에 가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지만, 이스타항공에 대한 추가지원은 불투명하다. 애초 매각 성사 후에 제주항공에 지원하려고 했던 1700억원도 취소될 전망이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M&A가 종결돼야 정책금융 지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내외 여건이 최악이다. 코로나19로 국제선 운항은 사실상 ‘셧다운’이며,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대형항공사(FSC)의 M&A도 불투명할 정도로 항공 산업이 어렵다. 게다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기업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항공산업은 안보와 안전과 직결한 국내 영공을 대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국가기간산업이라는 특성 탓에 외국인 투자가 제한돼 인수자 폭도 좁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영악화로 힘들었다”며 “국내 LCC는 총 9개로 현재 여객 수요도 낮은 가운데 이스타항공을 대체할 LCC가 많아 정부가 지원할 명분을 만들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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