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업인 호통 국감, 이젠 사라져야

  • 등록 2022-10-04 오후 5:21:10

    수정 2022-10-04 오후 9:43:19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새 정부 첫 국정감사의 막이 올랐다. 올해도 국회 정무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상임위 대부분이 기업인을 일반증인으로 불러들이면서 ‘기업인 국감’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명단엔 삼성전자와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임원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5대 금융그룹 은행장과 네이버·카카오·우아한형제들 등 온라인 플랫폼 대표들, 건설사 최고경영자(CEO)까지 각 산업계 대표 기업인이 줄 소환됐다. 관행처럼 오르내리던 4대 그룹 총수는 조율 끝에 겨우 명단에서 제외됐으나 아직 한 상임위가 채택을 검토 중이다.

국감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행정을 점검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자리다. 기업인 증인을 부르되 이들을 정책 검증의 수단으로 쓴다면 문제가 없을 터다. 하다못해 경제 현안을 정확히 질의하기만 해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국회는 이들을 소환해 수 시간을 대기시키다 겨우 10여 분간 증인대에 세워 호통만 치고 돌려보내기 일쑤다. 날카로운 질문 대신 치적을 쌓고 기업 길들이기를 위한 구태가 이어졌다. 국감에 호출된 기업인은 18대(2008~2011년 ) 국회에서 채 100명이 되지 않았으나 지난 20대(2016~2019년)에선 159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지난 국감에선 휴대폰 사업을 총괄하는 임원에게 반도체 현황을 묻는 생뚱맞은 질문도 나왔다.

전 세계적 경기침체 위기로 우리 경제에도 경고등이 켜진 지금, 국회의 기업인 소환은 뼈아프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비하고 일선에서 미래전략을 세워야 할 기업인이 자리를 비우면 우리 경제가 치러야 할 비용도 커진다.

어려운 시기에 국회가 할 일은 어려운 시기를 맞은 기업인을 불러 호통치고 ‘죄송하다’는 답을 듣는 게 아니다. 국정 운영을 살피고 ‘3고(高)’ 상황에 신음하는 기업과 민생을 살피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기업인 벌세우기 국감 관행을 끊어낼 때다.

2022년도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 위원회에서 관계자가 감사위원 자리에 관련 자료를 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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