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의 자살유가족 모임 공간 ‘새움’. 이곳은 유족들이 슬픔을 딛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보듬는 공간이다. 지난 22일 방문한 새움에선 일대일 유가족 상담이 한창이었다. 대면 상담을 위해 새움을 찾은 유족이 있는가 하면, 스케치하던 그림을 마무리하러 왔다는 유족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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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빛 은은한 조명에 대형 테이블, 좌식 테이블과 안락한 쿠션, 전기포트와 각종 티백 등이 구비된 안락한 카페 같은 공간인 이곳에서 유족들은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새움을 관리·운영하는 ‘한국 생명의전화’ 관계자는 “유족들이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꾸민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새움은 지난해 11월 개소했다.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한 이들의 유족이 언제든지 방문해 정기 모임, 상담은 물론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다. 기본 프로그램으로는 7주 과정의 ‘애도 프로그램’과 매주 월요일 진행되는 ‘드로잉 수업’이 있다. 한 달에 한 번은 유족들끼리 정기모임도 갖는다.
실제로 여전히 많은 유족들은 우울에 시달리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0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고인의 자살 사망 사실을 알리지 못한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유족은 전체 157명 중 128명(81.5%)를 차지했고, 해당 설문에 참여한 유족의 약 80%(124명)는 우울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새움’은 정기 프로그램 외에도 상담제도를 운영 중이다. 현재 하루 2~3명 정도가 방문하고 있으며, 대면 상담이 어려우면 전화 상담도 가능하다. 새움에는 박인순 상담사 등 2명의 상담사가 있다. 박 상담사는 2009년 아들이 스스로 삶을 마감한 이후 상담사가 돼 다른 이들의 아픔을 보듬고 있다.
“같은 아픔 겪은 사람으로서 함께 치유”
박 상담사는 유가족 치유에 있어서 ‘공간’의 중요성을 짚었다. 예컨대 가족이 집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 집은 더이상 마음 놓고 쉬는 공간이 될 수 없다. 박 상담사는 “일이 있고 난 뒤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새움은 그러한 사람들도 마음을 추스르면서 같이 먹고 마시고, 울다 지치면 가서 눕기도 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개소 7개월째를 맞은 새움 곳곳엔 유족들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 “애들이 장난쳐놓은 것 같죠? 붓 하나로 7명이 1분씩 돌아가면서 그렸어요. 참 우스워 보이는데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이 모여서 완성된 거예요.” 박 상담사는 유족들이 드로잉 시간에 그렸다던 중앙 테이블 위 대형 그림을 소개했다. 그림 속에는 밝은 표정을 한 유족 7명이 만세를 하며 즐겁게 웃어 보이고 있었다. 책꽂이 곳곳을 비롯해 복도 양옆에도 유가족들이 직접 만든 미술 작품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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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상담사는 새움이 누구든 찾아와 위로받고 가는 ‘열린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다. 그는 “몰라서 못 나오시는 분들도 많은데, 누구든 힘들 때 와서 위로받고 일상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내는 것을 돕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