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철밥통' 임금구조…"기술집약 산업에선 개인 가치·성과분석해야"

연공서열 임금체계, "개인성과 반영어렵고 동기 부여 잃어"
전문가들 "경제성장기엔 적합…급변하는 사회에선 부적절"
미국 기업 중 70% '고과승급 실시'…시장 임금 정보 활용도
  • 등록 2021-03-23 오후 6:10:16

    수정 2021-03-23 오후 9:33:45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더 열심히 일한 직원이 더 많은 임금을 받게 하겠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가만히 있어도 일괄적으로 연봉이 오르는 연공서열 중심의 ‘철밥통’ 임금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성과 연봉제’를 도입했다. 성과 연봉제는 개인별로 5단계 인사평가(A~E)에 따라 임금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자율주행차 등 급격히 변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회사에 기여하는 임직원에게 더 큰 보상을 주기 위한 방식으로 도입됐다.

(사진=연합뉴스)
일본뿐 아니라 폭스바겐,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과 프랑스도 비슷하다. 독일과 프랑스는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이뤄져 있고 근속연수가 아닌 개인의 업무 성과와 생산성 등에 기반해 임금 수준이 정해진다. 반면 국내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의 경우 생산직 위주의 연공서열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어 임금이 매년 자동으로 상승한다. 개인의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기가 어렵고 젊은 인재들에게 해당 기업에서 일할 동기 부여를 잃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기에는 연공형 임금 체계가 순기능을 했지만 시장의 변화속도가 빨라지는 요즘엔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우리나라는 경력직 채용보다는 신입사원 채용을 통해 사람을 뽑았다. 또 조직 안에 직무공백이 생겼을 때 내부 직무배치를 통해 인력을 활용했다”며 “가지고 있는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우리 기업들 특성상 당시엔 재직 연수가 높아질수록 임금이 올라가는 구조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 변화속도가 굉장히 빨라지고 무엇보다 미래 기술 집약적 산업으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개개인의 직무가치와 성과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IT업계는 이직이 잦다. 또 임직원들이 다른 기업 임금 정보를 볼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다”며 “예전에는 다른 곳에서 얼마 받으면 팔자려니했지만 지금은 내가 하는 일이 다른 기업에서 하는 일과 비슷한데 적게 받는다면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생긴다”고 말했다. 오 선임연구위원은 “서구에서도 비슷한 일을 초창기에 겪었다”며 “미국은 현재 근로자 개개인에게 이윤을 나눠주는 방법으로, 유럽은 우리 사주를 주면서 기업에 대한 주인의식을 높이도록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은 ‘특급 인재’에게는 상대적으로 파격적 대우를 해 인재가 해당 회사에 머물 수 있도록 했다. 경제사회 노동위원회의 ‘주요국의 임금체계 및 통계조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 기업 중 개인별 평가에 따라 임금인상을 차등하는 고과승급을 실시하는 비율은 약 70%다. 또 기업의 절반 이상이 매년 해당 직무의 시장가치와 시장의 임금 정보를 활용해 해당 직원의 직무별 임금을 조정했다.

권혁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외국에 비해 임금 체계가 불분명하다”며 “임금 체계를 단순화하고 명확하게 해 노사간에 소모적인 분쟁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은 노사간의 합의를 굉장히 존중하는 구조인데 우리는 그에 비하면 노사합의 폭이 좁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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