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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분자화학(Supramolecular Chemistry) 분야에서는 이런 생명체만의 특별한 활동을 근원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세포와 같은 항상성 유지 시스템을 화학적으로 구현하려는 생체모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모사체는 세포와는 달리 생성된 부산물이 내부에 축적돼 항상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 자발적으로 제거되는 시스템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개발된 시스템에는 연구단의 전문 분야인 쿠커비투릴이 사용됐다. 쿠커비투릴은 아미노산 유도체의 하나인 트립토판 유도체를 ‘손님’으로 인식하고 내부의 빈 공간으로 불러와 결합하는 특성이 있다. 이를 주인-손님 복합체라고 한다. 특히 이 복합체는 산성조건에서 자기조립하여 능면체 모양의 결정을 형성한다.
공동교신저자인 백강균 연구위원은 “주인-손님 복합체 결정을 살아있는 세포, 트리클로로아세트산을 에너지원, 탈탄산 반응을 대사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부산물을 제거하는 장치가 필요했던 기존 모사 시스템과 달리 별도의 장치 없이도 살아있는 생명체가 가진 고유한 특징을 모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산성 물질이 모두 소모되면 복합체가 더 이상 결정 구조를 유지하지 못하고 분해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수많은 구성성분들이 모여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모하며 형태를 유지하던 세포가 에너지 공급이 끊어지면 세포막이 터지고 구성성분들이 흩어지는 것과 유사하다.
연구 결과는 매우 중요한 논문으로 선정되며 화학분야 권위지인 ‘독일응용화학회지(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10월 25일자 온라인 판에 속보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