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조정의 시간' 왔나…패닉 투매 부르는 4가지 악재

①인플레이션 공포 만연
②연준發 국채금리 폭등
③바이든式 법인세 인상
④부채한도 협상 난항중
  • 등록 2021-09-29 오후 7:07:54

    수정 2021-09-29 오후 10:30:55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사진 왼쪽)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8일(현지시간)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현재 미국 증시는 1929년 대공황과 2000년 닷컴 버블보다 과열돼 있습니다.”

세계적인 헤지펀드 GMO를 설립한 제레미 그랜섬의 뉴욕 증시 ‘한줄평’이다. 그는 2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나와 “버블은 주로 3년간 부풀려진 후 3년에 걸쳐 수축하면서 시장에 머무른다”며 “1929년과 2000년, 그리고 지금 버블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닷컴 버블 붕괴를 예측해 유명세를 탄 투자자다.

그랜섬은 특히 밈 주식(meme stock·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고 돈이 몰리는 주식)과 가상자산 열풍 등을 그 징후로 꼽았다. 그는 그러면서 “버블은 언제든 터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랜섬의 경고가 현실화하는 것일까.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9월 들어 3.00%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3.76%, 4.67% 떨어졌다. 설마 했던 ‘9월 조정론’이 현실에서 일어난 것이다. 월가 한 금융사 인사 A씨는 “10월 역시 9월만큼 전통적으로 증시에 좋지 않았던 달”이라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전략가는 “S&P 지수는 20%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만 해도 10% 조정을 전망했는데, 이를 20%까지 낮춰 잡았다. 20% 정도는 추세적인 하락장인 ‘베어 마켓(bear market)’ 진입의 기준점으로 여겨진다. 3~4%대 조정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주식 투매를 부르고 있는 악재들은 무엇이 있을까.

인플레 공포가 부른 국채금리 폭등

첫 손에 꼽히는 게 인플레이션 공포다. 몇 달 전부터 미국 내 기업인들은 비상이 걸렸다. 배가 없어 다른 나라에서 물건을 실어올 방법이 없는 탓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뉴저지주 등의 주요 항구에는 수십척의 화물선이 바다 위에 떠있는데,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구인난과 방역 강화에 물류 하역 처리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저지주에 주재하는 기업인 B씨는 “40피트(FEU) 표준 대형 컨테이너의 평균 운임은 팬데믹 이전만 해도 3000달러 안팎이었는데, 7~8배 폭등했다”며 “말문이 막힐 정도”라고 했다. 물류 비용의 폭증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배로 실어온 상품을 차로 옮기는 일은 더 심각하다. 반도체 부족으로 화물 트럭 자체가 부족한 데다 구인난 탓에 트럭 운전사를 구하기 쉽지 않아서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말을 반복했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근래 “인플레 압력이 예상보다 크고 길어지고 있다”고 말을 바꾸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가 공급망 병목 현상이다.

연준이 인플레를 심각하게 본다는 건 매파적인 9월 점도표에서 나타났다. 특히 이번에 처음 나온 2024년 점도표를 보면,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8명 중 6명은 기준금리 2.00~2.25%에 찍었다. 지금부터 3년여간 8번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월가의 한 채권 어드바이저는 “2024년 2% 안팎 기준금리 예상이 다수라는 건 현재 장기국채금리 레벨이 너무 낮다는 걸 일깨운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대로 FOMC 직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폭등했다. 근래 몇 달간 1.1~1.3%대에서 움직이다 갑자기 1.6% 가까이 올랐다. 6월 중순 이후 석달여 만의 최고치다. 월가 일부에서는 연말 10년물 금리가 2.0%에 육박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뉴욕 증시, 특히 기술주를 중심으로 추가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월가 황제 “부채 협상 실패하면 파국”

워싱턴 정가에서도 악재들이 날아들고 있다. 주목할 건 바이든 행정부의 법인세 인상 움직임이다. 대표적인 미국 기업인 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이날 3분기 최고경영자(CEO)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그 결과 CEO들은 “법인세 인상이 투자와 고용에 있어 가장 큰 위협”이라고 토로했다.

조슈아 볼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대표는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드는 이들에게 거의 1조달러의 세금을 추가로 걷어가는 건 역사상 가장 큰 법인세 인상이 될 것”이라며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미국에 대한 투자를 방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월가에서 돌고 있는 기업 실적 정점론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기업 실적이 둔화하기 시작하면 증시 약세장은 불 보듯 뻔하다.

의회의 부채 한도 협상 역시 약세 재료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의회 지도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의회가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조정하지 않으면 다음달 18일 디폴트에 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연방부채 상한선을 법률로 정한다. 팬데믹발(發) 돈 풀기로 현재 상한선을 넘어버린 상태다.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로이터와 만나 “협상이 결렬되면 (증시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조정 우려를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마크 해펠레 UBS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높아지는 국채금리는 증시 랠리를 저해하기보다 각 섹터마다 다르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금융주와 에너지주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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