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마지막 길도 논란…"애도·추모할 때" vs "미화 삼가야"

장례 마지막날 서울시청서 온라인 영결식
반대 여론 고려 노제 취소…유가족 등 오열
성추행 고소건으로 정치권·여론 '갑론을박'
"진영논리 휩싸여…국론 분열 더욱 커질 듯"
  • 등록 2020-07-13 오후 4:25:14

    수정 2020-07-13 오후 10:01:12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린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영결식을 마친 뒤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추모공원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양지윤 기자] “모두 안녕”이라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했던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상과 영원한 이별을 했다. 서울특별시장(葬), 5일장으로 치러진 그의 마지막 길에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수백명의 시민들과 지지자들이 모여 그를 애도했다.

역대 최장수 서울시장을 역임하며 숱한 이슈의 중심에 섰던 그는 한 줌의 재로 저승으로 가는 순간까지도 여전히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성추문 파문과 관련, 공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추모가 끝난 뒤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과 박 시장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국론마저 분열되는 양상이다.

◇서울시청 마지막 출근길..“여전히 실감 안나”

박 시장의 장례 마지막 날인 13일. 이날 오전 8시30분께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그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여성단체 등 반대 여론을 고려해 예정됐던 노제(路祭)는 지내지 않고, 유가족과 장례위원회 위원장 등 100여명만 참석한 채 온라인 영결식 형태로 치러졌다.

이날 영결식에서는 시작 전부터 오열하는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주변을 엄숙하게 만들었다. 특히 추모 영상에서 “우리 국민들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집회를 할 수 있도록 국민을 지키겠다”며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거침없이 언변을 쏟아내던 고인의 육성이 나오자 많은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장례 마지막 날인 13일 오전 서울시청 출입문에 박 시장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메모지가 빼곡히 붙어 있다.(사진=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장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조사 낭독에서 “불과 하루 전날 부동산 대책을 얘기했는데 이제 마지막 인사를 한다는 것이 너무 애석하고 참담하다”며 “당신이 그동안 그토록 애정을 쏟았던 서울시가 훼손도지 않도록 옆에서 잘 돕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을 대신해 서울시 수장을 맡게 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박 시장이 평소 말하던 시민의 시장, 사람 존중 도시라는 대전제를 반드시 계승하겠다”며 “포스트 코로나를 개척하라고 했던 요청사항을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영결식 이후 운구차는 청사를 떠나 서울추모공원으로 향했다. 장의차에서 내려진 관은 서울시 전 부시장 윤준병 민주당 의원, 서울시 전 정무보좌관 박상혁 민주당 의원,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오성규 전 비서실장, 비서실장·정무수석 출신 허영 의원, 비서실장 출신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 등 박 시장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했던 이들이 운구했다.

이날 오전 10시57분께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고별실에서는 고인의 부인 강난희 여사가 연신 “안 돼”라고 외치며 애통해했다. 강 여사가 부축을 받으며 고별실을 나오자 아들 주신씨와 딸 다인씨 등이 침통한 표정으로 뒤따랐다. 서울시장 장례위원회 부위원장단을 맡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아직도 믿기질 않는다. 함께 비를 맞고 싶은 심정”이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서울시의회 한 의원은 “생전 고인의 뜻대로 서울시와 잘 협의해 포스트코로나를 잘 대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후 12시50분께 한 줌의 재가 되어 고양인 경남 창녕으로 떠났다. 박 시장의 유해는 창녕 선영에 묻힌다.

◇“피해자 2차 가해 멈춰야” 싸늘한 여론도

이제 여론은 온통 박 시장의 죽음과 관련한 의혹에 쏠려 있다. 고인의 죽음으로 성추행 의혹 고소 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지만, 정치권 일부 야권 의원들은 ‘비극과 진실’은 별개라며 유력 정치인의 사망과 관련한 의혹은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시민들 사이에서도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러진 것에 대한 반감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은 전날 기준 50만명 이상이 동의하기도 했다.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런 상황에서 박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의 법률 대리인 측은 장례식 직후인 이날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피고소인이 부재한 상황이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사건의 실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장 비서직을 수행하는 4년 동안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법률대리인 측은 온·오프라인 상으로 고소인을 대상으로 한 2차 가해 행위에 대한 추가 고소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한 상황이다.

시민 및 여성 단체들의 문제 제기도 잇따랐다.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박 시장 사건과 관련해 인권침해 행위를 조사해 달라고 진정을 제기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도 이날 “제2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아직 용기 내지 못한 많은 피해자를 돕는다는 측면에서 이번 사건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지나치게 박 시장을 영웅시하거나 미화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박성병 정치평론가는 “박 시장의 죽음을 둘러싼 사회 갈등은 현 대한민국이 양극화, 진영 논리에 함몰돼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앞으로 정치권은 물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논쟁은 더욱 가열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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