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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국립한국문학관은 한국문학을 평가하는 기관이 아니라 다양한 문학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적극적인 친일 작가의 작품까지도 모두 보존해서 전시할 예정이다.”
염무웅(78) 국립한국문학관 초대관장이 문학관의 운영 방향에 대해 밝혔다. 염 관장은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내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친일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논란거리”라며 “친일에 대한 내용을 알고, 반민족적인 행태가 나타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친일작품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설가 장혁주와 김문집 평론가 등 일제 말에 노골적으로 친일 활동을 했던 인물들을 예로 들며 이들의 작품까지도 문학관이 수집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식민지 통치와 6.25 전쟁 등을 겪으면서 수많은 자료들이 사라졌다. 현재 희귀본이나 귀중본이 경매에 나와 수천만원 혹은 억대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령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판본의 경우 2억~3억원을 호가한다. 염 관장은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오래된 책들이 희귀본이라는 명목으로 터무니없이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며 “독서 자체는 멀리하면서도 다른 일각에서는 책이 하나의 상품으로서 고가에 거래된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국립한국문학관은 한국의 문학유산과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복원·보존해 국민들에게 공개하기 위한 복합 문화공간이다. 2016년 2월 제정된 문학진흥법에 따라 설립 근거를 마련한 이후 부지 선정에 난항을 겪다가 지난해 10월 은평구 진관동으로 건립부지가 확정됐다. 최근 법인 등기를 마쳤으며, 내년 설계공모를 거쳐 2023년 개관한다. 현재 염상섭 ‘만세전’, 김소월 ‘진달래꽃’ 등 7만3000여점의 자료를 보유 중인데, 내년까지 25억원(총 예산 90억원)을 들여 주요 자료를 추가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