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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역대급 IPO가 시장에 남긴 과제는

쪼개기 상장, 개인투자자 ‘중복 계산’ 불이익
'허수청약'으로 수요예측 왜곡→부풀려진 공모가
'대어'에 쏠림 심화…작은 기업 IPO 위축 우려도
  • 등록 2022-01-27 오후 4:36:38

    수정 2022-01-27 오후 4:45:39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은 등장과 동시에 기업공개(IPO) 시장의 새 역사를 썼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의 문제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모기업의 일방적 물적분할 결정으로 인한 일반투자자의 피해와 기관의 허수청약에 따른 수요 예측 시장 왜곡 등 제도 개선이라는 숙제도 동시에 남겼다.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전광판에 시초가 59만 7천원이 적혀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쪼개기 상장’으로 주가 약세…개인투자자 ‘중복 계산’ 불이익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기업 중 2017년 이후 물적분할을 완료한 기업은 87개사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서 자회사가 상장을 완료한 곳은 기존 SK케미칼(285130), SK이노베이션(096770), 한국조선해양(009540)LG화학(051910)까지 포함돼 총 4곳으로 늘었다.

물적분할은 최근 배터리 자회사를 소유한 기업들이 잇따라 ‘쪼개기상장’에 나서면서 논란이 커졌다. 성장 잠재성이 큰 핵심 사업부를 따로 분리해 별도의 법인을 상장시키고,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모회사의 주가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모회사 주주들은 주가 하락의 피해를 모두 떠안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이 떨어져 나가면서 LG화학의 주가는 최근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초 100만원을 돌파했던 주가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다가오면서 급락해 현재 60만원대를 겨우 지탱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해 7월 2차전지 사업부문을 분사, 같은 해 10월 물적분할을 통해 자회사 SK온을 설립했다. 1년 전 30만원대였던 주가는 최근 20만원대로 떨어졌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 그 자체로는 주주가치에 해를 입히지 않지만 목적이 오로지 IPO를 통한 신규 사업 자금조달에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짚었다. 물적분할이 구주매출보다는 신주 모집 형태로 IPO가 이뤄져 정작 모회사에 투자한 주주의 몫으로 떨어지는 것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 자회사 상장 이후에는 더블 카운팅(중복계산)에 직면하게 되면서 모회사 주가가 약세를 보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IPO를 통해 이익을 얻는 주체는 모회사의 주주가 아니라 우리사주조합, IPO를 통해 신주를 배정 받은 투자자로 한정되고 이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의 권리는 철저하게 소외된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기존 모회사 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때 기존 모회사 주주에 신주인수권 부여,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때 기존 모회사 주주에 공모주 우선배정, 물적분할 결정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을 비롯해 주주평등의 원칙을 구현할 수 있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관 ‘허수청약’으로 수요예측 왜곡→부풀려진 ‘공모가’

기관의 ‘허수청약’으로 수요예측 시장의 왜곡 문제도 개선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기관투자자들이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실수요보다 과하게 베팅하는 경우가 관행으로 굳어졌다. 기관투자자는 개인투자자와 달리 증거금 납부 의무가 없는 조건을 악용한 것이다.

베팅 제한이 없는 사모펀드가 활개를 치면서 최근 청약 경쟁률이 과도하게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모펀드의 경우 ‘증권인수에 관한 규정’에 주문 금액 상한이 없다. 결국 공모가격을 결정하는 수요예측 시장의 왜곡으로 공모가도 덩달아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대형 IPO에 대한 허수청약으로 경쟁률이 높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쏠림현상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의 IPO가 외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와 투자일임회사의 허수 청약을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규제 신설로 IPO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어 제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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