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성폭행' 해군장교들…대법서 유·무죄 갈린 이유[사건프리즘]

'갓 임관' 부하 장교 상습 성추행 및 강간한 혐의
1심 징역 8년·10년 받았지만 2심서 나란히 무죄
대법 판결 갈려…유죄 취지 파기환송 및 무죄 확정
재판부마다 피해자 진술 '신빙성' 다르게 받아 들여
  • 등록 2022-03-31 오후 5:04:09

    수정 2022-03-31 오후 9:25:11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부하 여성 장교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영관급 장교 2명의 운명이 대법원에서 갈렸다. 한 명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반면, 다른 한 명은 무죄가 확정됐다. 각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달리 판단됐기 때문이다. 선고를 지켜본 시민단체는 “반쪽짜리 판결”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심이 끝난 뒤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31일 오전 군인등강간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군 영관급 장교 A씨의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특이하게도 재판부는 이날 한 설명을 판결 이유로 첨언했다. 재판부는 사건마다 구체적인 경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의 진술 등이 서로 달라 범죄 성립 여부는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불과 1시간여 전에 진행된 장교 B씨의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가 무죄 판결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탓이다.

A씨(당시 포술장)와 다른 영관급 장교(당시 함장) B씨는 중위로 갓 임관한 초임 여성 장교를 강간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 장교의 직속상관이었던 A씨는 2010년 9월~11월 본인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를 10회에 걸쳐 강체 추행하고, 2차례 강간함 혐의를 받는다.

당시 함장이던 B씨는 피해자가 A씨에 의해 임신한 뒤 임신중절 수술을 받자, 이를 빌미로 2010년 12월 ‘티 타임’을 갖자며 피해자를 독신자 숙소로 부른 뒤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인 해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 징역 10년을, B씨에겐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을 맡은 고등군사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범행으로부터 약 7년이 지난 후의 기억에 의존한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고, 사건 당시 강간죄 구성요건인 폭행·협박이 동반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어진 상고심에서 대법원 판단은 갈렸다.

대법원 1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이 든다는 일부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 전부를 배척한 원심 판단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 3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한 정황을 문제 삼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군인권센터 등 10개 단체가 모인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대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공대위 측은 “피해자는 한 사람인데 하나의 판결에서는 신빙성을 인정하고 또 다른 판결에서는 이를 부정하는 것이 상당한 모순”이라며 “오히려 하나의 사건이면 병합을 통해 한 재판부가 맡았어야 했는데 다른 판단이 나온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대법원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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