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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재판부는 이날 한 설명을 판결 이유로 첨언했다. 재판부는 사건마다 구체적인 경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의 진술 등이 서로 달라 범죄 성립 여부는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불과 1시간여 전에 진행된 장교 B씨의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가 무죄 판결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탓이다.
당시 함장이던 B씨는 피해자가 A씨에 의해 임신한 뒤 임신중절 수술을 받자, 이를 빌미로 2010년 12월 ‘티 타임’을 갖자며 피해자를 독신자 숙소로 부른 뒤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인 해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 징역 10년을, B씨에겐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을 맡은 고등군사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범행으로부터 약 7년이 지난 후의 기억에 의존한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고, 사건 당시 강간죄 구성요건인 폭행·협박이 동반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어진 상고심에서 대법원 판단은 갈렸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군인권센터 등 10개 단체가 모인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대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공대위 측은 “피해자는 한 사람인데 하나의 판결에서는 신빙성을 인정하고 또 다른 판결에서는 이를 부정하는 것이 상당한 모순”이라며 “오히려 하나의 사건이면 병합을 통해 한 재판부가 맡았어야 했는데 다른 판단이 나온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대법원을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