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국내외 주식과 채권이 모두 급락세를 보인 가운데 해외 자산은 달러 강세로 손실을 어느정도 만회한 부분이 있는 만큼 현 시점에서는 자연스럽게 비중이 줄어든 국내 자산 투자를 늘리고 해외 투자는 속도조절에 나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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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이같은 5년 자산배분안을 기초로 시장 상황에 따라 비중조절을 하며 운용한다. 특정 부문의 자산가격이 하락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면, 비중을 채우기 위해 해당 자산을 더 매입하고 가격이 올라 비중이 초과하면 차익실현에 나서는 식이다. 코로나19 이후 동학개미운동이 일면서 국내 증시가 급등하자 국내 주식비중이 목표비중을 초과해 일부 정리했던 것도 자산별로 비중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볼 때 국내외 주식과 채권 모두 급락해서 자산가치가 떨어졌지만 해외 자산은 달러가 올랐기 때문에 평가액 기준으로 해외 비중은 늘고 국내 비중은 줄었을 것”이라며 “가만히 있어도 해외 투자 비중이 늘어난 데다 굳이 현 시점에 일부러 비싼 환율에 해외에 신규 투자할 유인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고공 행진하면서 국민연금이 외환 스와프뿐만 아니라 해외투자 비중을 줄임으로써 환율 방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도입한 만큼 해외투자 비중 조정까지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23일 열린 제5차 회의에서 올해 말까지 100억달러 한도 내에서 한국은행을 통해 달러를 조달하는 외환스와프 거래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향후 월 10억달러 한도 내에서 선조달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선조달이 허용되지 않아 해외투자 때 외환을 집중 매수해야 했지만, 선조달이 가능하면 자금을 분산 매수할 수 있다. 국민연금 외화 단기자금 한도도 일평균 잔고액 기준 6억달러였지만, 5배 높은 30억달러로 상향하기로 했다. 외화 단기자금은 해외투자 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보유하는 현금성 자산을 가리킨다. 이같은 조치로 불필요한 환전 비용이 줄고, 대규모 해외자산 회수로 인한 외환시장의 충격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같은 큰 고래가 연못에서 놀면 되겠느냐”며 “기금규모가 큰 국민연금이 해외투자 비중을 줄이고 국내투자를 늘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외환스와프 등 시장 안정화를 위해 대응방안을 잘 마련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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