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환율폭주에 또 국민연금 주목…해외투자 비중 조절하나

원·달러 환율 상승세 '비상'…국내 큰손 투자 집중
국내외 모두 급락했지만 해외는 강달러로 손실 만회
자산배분상 비중 줄어든 국내 자산 매입 시기
수익률 제고 위해 향후 5년간 해외투자 확대 불가피
비중 조정 가능성 희박…환율 따른 속도조절 정도일 듯
  • 등록 2022-09-28 오후 7:29:23

    수정 2022-09-28 오후 9:30:34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440원을 돌파하는 등 무섭게 치솟자 국민연금 해외투자 비중 조정에 나서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국내 자본시장 큰손인 국민연금의 외환시장 거래비중이 1%에 불과한 데다 이미 외환스와프 거래 등 수급 안정화 방안을 논의 중이라 중장기 자산배분계획안까지 손 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 대다수다.

다만 국내외 주식과 채권이 모두 급락세를 보인 가운데 해외 자산은 달러 강세로 손실을 어느정도 만회한 부분이 있는 만큼 현 시점에서는 자연스럽게 비중이 줄어든 국내 자산 투자를 늘리고 해외 투자는 속도조절에 나선 상황이다.
이태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 직무대행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는 연도별 약 300억달러(일 평균 약 1억달러) 수준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향후 5년간 해외자산 비중을 늘려 목표 수익률을 5.4%로 설정하는 방향으로 중장기 자산배분안을 의결해뒀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자산군 비중을 살펴보면 △국내채권 35.1%(309조9840억원) △해외주식 26.7%(235조7540억원) △대체투자 15.3%(135조3740억원) △국내주식 15.0%(132조310억원) △해외채권 7.3%(64조8260억원) 등 순이다.

국민연금은 이같은 5년 자산배분안을 기초로 시장 상황에 따라 비중조절을 하며 운용한다. 특정 부문의 자산가격이 하락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면, 비중을 채우기 위해 해당 자산을 더 매입하고 가격이 올라 비중이 초과하면 차익실현에 나서는 식이다. 코로나19 이후 동학개미운동이 일면서 국내 증시가 급등하자 국내 주식비중이 목표비중을 초과해 일부 정리했던 것도 자산별로 비중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볼 때 국내외 주식과 채권 모두 급락해서 자산가치가 떨어졌지만 해외 자산은 달러가 올랐기 때문에 평가액 기준으로 해외 비중은 늘고 국내 비중은 줄었을 것”이라며 “가만히 있어도 해외 투자 비중이 늘어난 데다 굳이 현 시점에 일부러 비싼 환율에 해외에 신규 투자할 유인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간 국민연금의 ‘환 오픈(환 헤지를 하지 않고 환율 변동성에 자산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 정책으로 인해 해외투자 과정에서 환율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민연금 규정에 따르면 자산의 5% 범위 내에서는 환 헤지가 가능하지만, 해외투자 자산 규모가 워낙 커지면서 비용 등 문제로 적극적으로 시행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환율이 급등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국민연금 책임론이 부상하곤 했다. 이날도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440원을 돌파하자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고공 행진하면서 국민연금이 외환 스와프뿐만 아니라 해외투자 비중을 줄임으로써 환율 방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도입한 만큼 해외투자 비중 조정까지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23일 열린 제5차 회의에서 올해 말까지 100억달러 한도 내에서 한국은행을 통해 달러를 조달하는 외환스와프 거래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향후 월 10억달러 한도 내에서 선조달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선조달이 허용되지 않아 해외투자 때 외환을 집중 매수해야 했지만, 선조달이 가능하면 자금을 분산 매수할 수 있다. 국민연금 외화 단기자금 한도도 일평균 잔고액 기준 6억달러였지만, 5배 높은 30억달러로 상향하기로 했다. 외화 단기자금은 해외투자 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보유하는 현금성 자산을 가리킨다. 이같은 조치로 불필요한 환전 비용이 줄고, 대규모 해외자산 회수로 인한 외환시장의 충격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해외 투자비중 확대는 불가피하고, 외환시장 상황에 따라 해외투자 단기 속도조절 정도로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같은 큰 고래가 연못에서 놀면 되겠느냐”며 “기금규모가 큰 국민연금이 해외투자 비중을 줄이고 국내투자를 늘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외환스와프 등 시장 안정화를 위해 대응방안을 잘 마련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 거래 구조. (자료=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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