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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의결권 행사 사전 공시…주총 미개최 등 부작용
상장사들이 우려하는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올해 하반기부터 즉각 시행에 들어가는 ‘의결권 행사 사전 공시’ 사항이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결정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미리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주총회 이후 14일 이내에 사후 공시가 원칙이었다. 다만 예외적으로 기금운용본부의 의결권전문위원회 결정은 사전에 공개 가능했다.
대표적 사례가 올 상반기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 합병 관련 이슈다. 현대차의 지분 8%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주주총회 이전 글로비스와의 합병에 반대한다는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에 공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국민연금의 ‘의중’이 공개되자 현대차는 주총을 취소해 버렸고 합병 계획은 무산됐다.
상장사협의회는 국민연금이 사전에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지하는 것은 부작용이 훨씬 더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사전공시는 시장 의견을 한쪽으로 쏠리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②자산운용사 선정 기준에 ST 반영…연금 입맛대로 의결권행사 우려
올 하반기부터 당장 시행되는 또다른 안건이 바로 운용사 선정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가점제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고 평가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이행 여부를 평가하기로 했다. 황 연구위원은 “운용사 선정에 이행 여부를 평가하면 하는 수없이 국민연금의 눈치를 보며 입맛에 맞는 주주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엔 국민연금의 입김대로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국가의 공적 연금이 아닌 위탁 운용사들까지 수익률이 아닌 사회적 책임 투자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반면 찬성 의견도 존재했다. 국내 운용사 중 세번째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메리츠투자자산운용의 존리 대표는 “국민연금의 운용사 선정에 가점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한 방법을 명문화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③이사 감사 선임 가이드라인 제시 …실질적 경영권 간섭 같은 효과
내년 상반기부터는 이사회 구성과 이사·감사 선임 등 관련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 이는 당초 도입 예정이던 이사·감사 직접 선임에서 후퇴해 선임과정에 대해서만 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경영권 간섭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예상치 못한 기업 가치 훼손 명문화도 일부 ‘갑질 재벌’을 확대해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지적이 나왔다. 황 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르면 좋은 지배구조와 나쁜 지배구조의 정답은 없다”며 “기업을 지나치게 도덕적 잣대로 들이대고 일부 재벌을 극단적으로 일반화 해 몰아붙여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